수컷 병아리의 대량 살처분을 막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계란의 껍질 냄새 만으로 성별을 판단하는 방법에 학계는 물론 업계 관심이 쏠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UCD)는 26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계란 껍데기의 냄새로 병아리의 암수를 구분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양계 업계에서 수컷 병아리가 수도 없이 살처분되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했다. 양계 업계는 국가를 막론하고 수평아리를 분쇄기에 넣어 살처분한다. 계란은 인간의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식재료인데, 수컷 병아리는 알을 낳지 못하고 성장도 암평아리보다 느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양계 업계의 수평아리 살처분은 윤리 문제가 전부터 제기됐지만 경제성 때문에 독일 외 국가에서는 계속되고 있다. <사진=pixabay>

수평아리 살처분은 윤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다만 계란이 돈이 되는 터라 2022년 독일이 세계 최초로 공식 금지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국가에서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태어나는 즉시 세상 빛도 못 보고 죽는 수평아리를 살리기 위해 연구팀은 성별을 간단히 구분할 방법을 알아봤다. 계란이 부화하기 전에 병아리의 성별을 감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끔찍한 살처분을 막을 수 있다.

유정란의 성별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럿 있는데, 두 가지가 주로 사용된다. 하나는 달걀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난액을 채취해 분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이퍼 스펙트럴 카메라를 동원한 계란 관찰이다.

수컷 병아리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거대한 분쇄기로 향한다. <사진=pixabay>

다만 난액을 분석하는 장비는 상당히 고가로 실용성이 떨어진다. 하이퍼 스펙트럴 카메라의 경우 배아가 상당 수준까지 성장한 뒤에야 성별 감정이 가능해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계란의 냄새에 주목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유정란 속에 배아가 만들어지면 성별에 따른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껍질에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것을 알아냈다"며 "이를 분석해 배아의 성별을 충분히 감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험 결과, 달걀 껍데기 냄새 분석은 8일째에 접어든 배아의 성별을 단 2분 만에 약 80% 확률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보다 업그레이드하면 판독 시간은 줄고 정확도는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UCD가 개발한 장치. 계란 껍데기에서 발산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분석, 성별을 약 80% 확률로 맞힌다. <사진=UCD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판독 결과 배아가 수컷이라면 병아리가 부화하기 전에 식용이나 비료용 달걀로 출하하면 된다"며 "모처럼 태어났는데 곧바로 죽임을 당하는 수평아리들의 잔혹한 운명을 이렇게나마 피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UCD는 졸업자들이 설립한 산학협동 업체와 연계해 현재 이 시스템을 보다 고도화할 방침이다. 판독 확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상업화해 양계 농장에 보급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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