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에서 번개가 생성되는 원리를 응용해 전기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는 방법이 고안됐다. 습기는 항상 공기 중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날씨를 많이 타는 풍력이나 태양광발전보다 간단해 학계 관심이 쏠렸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 연구팀은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번개와 비슷한 구조로 전기를 생성하는 친환경 발전 기술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대기 중의 습한 공기 속에 전기가 잔뜩 들어 있다는 점에 착안, '에어젠(Air-gen)'이라는 장치를 개발했다. 에어젠은 상하 한 쌍의 전극과 지름 100나노미터(㎚) 미만의 작은 구멍이 뚫린 필름 두 장이 전부인 간단한 구조다.

번개가 치는 원리를 응용한 에어젠의 구조. <사진=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 공식 홈페이지·LIU ET AL., 10.1002/ADMA.202300748>

연구팀 관계자는 "구름이 번개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따라 인위적인 장치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 전기를 뽑아낼 수 있다"며 "에어젠의 원리는 어떤 분자가 다른 분자에 부딪히기 전에 이동할 수 있는 평균 거리, 즉 평균 자유 행정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 행정은 입자들이 운동하면서 충돌할 때 나타나는 각각의 곧은 행정을 의미한다. 이 행정은 당연히 일정하지 않은데, 그 분포를 확률적으로 나타낸 것이 평균 자유 행정이다. 공기에 포함된 물 분자의 경우 그 거리는 약 100㎚, 즉 사람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이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에어젠의 위쪽 전극이 부착된 필름에는 100㎚ 미만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물 분자의 평균 자유 행정을 위해 구멍이 일종의 체 역할을 한다"며 "물 분자는 구멍에서 아래쪽 전극이 붙은 필름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하므로 분자가 밀집해 전하를 띠는 것"이라고 전했다.

번개는 일정 수준을 넘는 전위차 때문에 발생하는 방전 현상이다. <사진=pixabay>

이어 "아래쪽 전극 필름에도 전하를 띤 물 분자가 흘러들어오는데 양을 위보다 적게 조절, 위아래 전하의 균형을 일부러 깨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렇게 되면 마치 구름 속에서 번개가 치는 것과 같이 전기가 흐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에어젠은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비가 적다. 연구팀에 따르면 필름 수천 장을 겹치면 몇 킬로와트(㎾)의 전기를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각광받는 해상 풍력발전이나 기존의 태양광발전 설비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간편하지만 해결할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많은 전기를 얻기 위해 표면적이 큰 필름이 필요하고, 발전에 최적화된 필름 중첩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면서도 "범용성이 워낙 좋아 향후 소형화하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의 전기를 공기로 충당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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