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유적 벽화에서 피자와 흡사한 요리가 확인됐다. 고고학자들은 치즈와 토마토소스가 쏙 빠진 점에서 포카치아(focaccia)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탈리아 폼페이고고학공원(APP)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고대 도시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벽면 프레스코화를 선보였다. 와인잔과 대추야자, 석류가 그려진 그림에는 둥글고 넓적한 피자 같은 음식도 포함됐다.

그림을 발견한 고고학자들은 피자를 닮은 음식이 오랜 역사를 가진 포카치아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그림을 아무리 봐도 치즈나 토마토소스가 빠졌기 때문이다. 포카치아는 오븐에 굽는 평평한 빵으로 피자 반죽과 질감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치즈는 쓰지 않는다.

폼페이 제9 지구 발굴 조사에서 나온 음식 벽화 <사진=폼페이고고학공원 공식 홈페이지>

APP 관계자는 "포카치아는 베수비오 화산이 대폭발해 폼페이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귀족, 서민 모두 일상적으로 먹었다"며 "많은 이들이 폼페이에서 피자 벽화가 나왔다고 신기해하겠지만, 이건 아무래도 포카치아 같다"고 설명했다.

피자는 이탈리아 남부가 기원으로, 원래는 서민 음식이다.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가고 토마토소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지만 폼페이에 살던 고대 로마인들에게는 미지의 음식이었다. 토마토는 16세기까지 유럽에 들어오지 않았고 모차렐라 치즈가 처음 만들어진 것도 11세기 무렵이기 때문이다.

APP 관계자는 "포카치아는 밀가루를 물과 섞어 반죽한 뒤 올리브유와 소금, 이스트를 넣고 얇게 펴 구운 빵"이라며 "기본 레시피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오므로 폼페이가 번성했던 시절에도 인기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광지로 유명한 폼페이. 아직 일부 구역은 발굴 조사가 한창이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벽면의 포카치아는 토핑을 얹은 것처럼 알록달록하게 그려졌는데, 다각적 분석 결과 치즈와 토마토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이런 형태의 그림은 음식을 내오기 전까지 방문자의 허기를 달래기 위한 집주인의 배려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APP에 따르면, 프레스코화는 세탁소와 빵집 등 상업 시설과 주택이 섞인 폼페이 제9 지구에서 발견됐다. 여기에서는 화산 폭발로 희생된 주민 3명의 백골도 나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근교의 고대 도시 폼페이는 서기 79년 발생한 베수비오 화산의 엄청난 분화로 멸망했다. 도시 대부분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는데, 용암과 화산재에 묻혀 비교적 온전한 유물이 지금도 발굴된다. 약 3만2000㎡ 규모의 제9 지구는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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