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의 유전자를 편집해 거미줄을 뽑아내는 실험이 처음 성공했다. 거미줄에 강성을 더하는 단백질을 누에에 부여해 뽑아낸 천연 섬유는 방탄복 소재 케블라보다 6배 튼튼해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 동화대학교 연구팀은 20일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에 소개된 실험 보고서에서 방탄복 소재 케블라보다 탄탄한 천연 섬유를 누에를 통해 뽑아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를 가지면서 저렴하게 생산 가능한 천연 섬유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 편집을 시도해 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일론 등 석유계 합성섬유는 생산 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생분해가 어려운 데다 미세 플라스틱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누에로부터 뽑아낸 거미줄. 케블라의 6배 강도를 자랑한다. <사진=매터 공식 홈페이지>

이런 이유로 섬유업계는 전부터 합성섬유를 대체할 섬유 개발에 매진해 왔다. 최근 업계와 학계가 주목하는 것은 거미줄이다. 거미줄은 같은 굵기로 따지면 강철과 맞먹는 강도를 갖는 데다 자연적으로 분해돼 환경오염 걱정도 없다. 다만 햇빛이나 습기에 약해 쉽게 망가지는 것이 단점이다.

실험 관계자는 "그간 연구에서 거미줄을 당단백질이나 지질로 코팅하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비용이 만만찮다"며 "거미줄을 대량으로 뽑기 위해서는 사육이 필수인데 거미는 동족끼리 잡아먹기 때문에 대량 사육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거미 사육이 어렵다면 실을 뽑는 기능을 다른 동물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거미처럼 섬유를 생산하는 곤충 누에를 후보로 정하고 수년 전부터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에 희망을 걸었다.

거미줄 단백질 생성 유전자를 이식한 누에가 뽑아내는 실 <사진=매터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누에는 비단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단당백질과 비슷한 성분으로 실을 코팅한다"며 "누에는 지구상에서 천연 섬유를 대량으로 뽑아주는 유일한 생물인 만큼 사육하는 방법도 잘 확립돼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누에가 거미줄을 틀게 하려면 체내의 견사선에 거미줄 구성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넣어줘야 한다"며 "유전자 편집 도구의 하나인 'CRISPR-Cas9'로 만든 플라스미드 혼합물을 알에 주입한 결과, 부화한 누에의 견사선에 거미줄 단백질 유전자가 발현됐다"고 덧붙였다.

누에나방의 유충이 뽑아낸 실이 만드는 고치. 이를 삶아 얇게 뽑아낸 것이 명주실이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누에의 견사선에서 만들어진 거미줄 단백질이 원래 비단실 단백질과 충돌 없이 혼합되도록 최소 단위의 적응 모델을 개발했다. 적응 과정을 거쳐 누에가 뽑아낸 실은 같은 굵기의 케블라에 비해 강도가 6배에 달했다.

실험 관계자는 "누에가 뽑은 거미줄은 방탄복은 물론 일반 의복도 제작 가능하고 연간 약 3억 건의 수요가 발생하는 수술용 실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다"며 "향후 스마트 소재나 군사 장비, 항공우주기술, 생체공학 등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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