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이용해 폐가전 부품에서 순도 90% 넘는 금을 뽑아내는 신기술이 공개됐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는 최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우유로 버려진 컴퓨터 메인보드에서 22캐럿(순도 90% 이상)의 금을 추출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폐기된 컴퓨터나 스마트폰, 카메라 등 가전제품에는 금을 비롯해 값이 나가는 금속이 풍부하게 포함된다. 이를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방법이 여럿 등장하면서 현대판 연금술로 주목받는다.

ETH Zurich 연구팀은 폐컴퓨터 메인보드에서 금을 뽑아내는데 활용되는 활성탄 흡착법이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점에 주목했다. 이 방법은 합성 화학물질을 쓰는데, 인체는 물론 자연에 해롭고 비효율적이다.

우유를 응고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청(유장)을 이용한 현대판 연금술이 공개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고안한 방법은 우유로부터 만들어낸 에어로겔을 이용한다. 우유의 대표적인 부산물 중 하나인 유청이 핵심이다. 유청은 우유가 엉겨 응고되면 생성되는 미색의 액체다.

실험 관계자는 "유청에 포함된 단백질을 산성 조건에서 가열·변성하고 단백질을 조직화하면 아밀로이드 피브릴(AF)이라는 나노피브릴 구조가 생성된다"며 "이 구조가 금 이온을 쉽게 흡착하는 것이 실험에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어 "변성한 단백질 용액을 동결건조하면 AF 에어로겔도 만들 수 있다"며 "극히 가볍고 높은 표면적을 갖는 에어로졸의 특성상 금을 효과적으로 흡착한다"고 덧붙였다.

업그레이드 등을 이유로 버려지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메인보드에는 금 등 귀중한 금속이 많이 포함된다. <사진=pixabay>

컴퓨터 메인보드 등 폐가전 부품은 염산과 질산을 배합한 왕수로 용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금 등 희귀 금속이 녹아 이온으로 존재한다.

실험 관계자는 "메인보드를 왕수로 녹인 용액을 AF 에어로겔과 접촉한 결과, 금 이온을 골라 흡착할 수 있었다"며 "AF 에어로겔은 다른 금속에 비해 금 이온에 대한 선택성이 아주 높아 효율적인 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이 방법으로 추출한 컴퓨터 메인보드 금 입자의 순도는 약 90.8wt%였다. 이를 캐럿으로 환산하면 약 21~22로 순금에 가깝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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