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달이나 화성 등 지구 외의 천체에 정착할 경우, 이주민만의 독특한 악센트가 탄생한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지구와 거리 등으로 음성 접촉이 어렵게 되면서 고유의 현지어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학자들은 예상했다. 

독일 뮌헨대학교 음성학자 조너선 해링턴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SF 영화에 등장하는 행성 고유의 언어가 향후 인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달 개발에 집중하는 인류는 화성 등 다른 행성에도 진출하기 위해 연구와 기술 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인간이 다른 천체에 정착해 번성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SF 영화 속 장면들이 하나둘 실현되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악센트에 기반해 행성 고유의 언어가 탄생할 가능성을 알아봤다. 해링턴 교수는 "악센트는 자체로 매력적인 연구 주제"라며 "악센트는 시대와 장소, 언어, 인종과 관련되며 우주에서 발달할 인간의 악센트는 아직 존재하지 않아 변수는 많다"고 전제했다.

달은 인류의 이주가 점쳐지는 천체 중 하나다. <사진=pixabay>

이어 "새로운 악센트는 모방에 의해 생겨나고, 인간은 대화 중 듣는 말에 따라 알게 모르게 악센트가 변화한다"며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억양이 바뀌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악센트를 가진 2개 이상의 집단이 고립된 경우, 그룹 내의 사람들이 서로의 악센트를 모방해 머지않아 완전히 새로운 악센트가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규모 그룹은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고 빠르게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해링턴 교수는 지난 2019년부터 남극기지에서 생활한 학자 11명의 악센트 변화를 분석했다. 이들은 잉글랜드 남부 5명, 잉글랜드 북부 3명, 미국 북서부 1명, 독일 1명, 아이슬란드 1명 등 구성이 다양했다.

행성이나 우주 콜로니 거주자들은 그들만의 악센트가 생기거나 고유의 언어를 갖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영화 '엘리시움' 스틸>

교수는 "피실험자들은 고립된 환경에서 함께 생활하며 악센트가 변화해 갔고, 집단 전체가 특정 단어를 이전과 다르게 발음했다"며 "우주도 남극과 같이 개인이 장기간 격리되는 환경이므로 똑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우주로 진출한 인간들이 지구와 접촉이 어려워지면 악센트가 빨리 바뀌고 변화의 폭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새로운 언어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점쳤다. 

해링턴 교수는 "달이나 화성 기지에 사람이 살게 된다면, 아마 몇 개월 이내에 정착민의 악센트부터 무의식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우주 공간에서 생기는 독특한 악센트는 지구와 마찬가지로 정착민 중 가장 많은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발달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