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를 본뜬 것으로 생각되는 13만 년 전 모래조각이 발굴됐다. 인간이 생물을 모티브로 제작한 가장 오래된 예술품일 가능성에 학계가 주목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만델라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록 아트 리서치’ 2024년 41호에 소개된 조사 보고서에서 가오리 형태의 암모글리프(ammoglyph)를 소개했다. 암모글리프란 모래로 만든 조각이 오랜 세월을 거쳐 화석화한 것을 뜻한다.

가오리를 닮은 이 암모글리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부 케이프 주 해안에서 발견됐다. 좌우 대칭형으로, 자세히 보면 표면을 도구로 깎아낸 흔적이 여럿 남아있다.

남아공 케이프 주 해안에서 발굴된 암모글리프에 실제 가오리를 얹은 이미지 <사진=넬슨만델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이 물체를 자세히 조사한 결과 꼬리는 없지만 가오리를 형상화한 모래조각일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이 조각은 인류가 다른 생물을 본떠 만든 가장 오래된 예술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각은 아마도 푸른가오리를 본뜬 암모글리프일 가능성이 있다”며 “포토루미네선스(광루미네선스) 연대 측정 결과 약 12만4000년 전에서 11만9000년 전 중석기시대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조각이 해변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뤄 살아 있는 가오리를 본 고대인이 이를 백사장에 조각한 것으로 추측했다. 조각의 폭이 30㎝ 미만인 점에서 견본이 된 가오리는 미성숙 개체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가오리 암모글리프의 앞면(a)과 뒷면(b) <사진=넬슨만델라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유물은 정확히 좌우대칭으로 예전에 꼬리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흔적도 남아있다”며 “어쩌면 특별한 의식에 사용하면서 꼬리를 일부러 떼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각을 분석한 연구팀은 고대인이 가오리의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하는 재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윤곽이 실제 가오리와 흡사하고 지느러미나 구멍 등 표현도 제법 능숙해 자연에 의한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고고학 및 역사학계는 모래나 돌을 응용한 고대인의 록 아트 역사를 4만 년 전으로 본다. 이때 그려진 그림 대부분이 추상적이거나 상징적 사물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가오리 조각은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학계는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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