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란 코가 특징인 장비목의 오랜 조상 마스토돈의 화석이 미국에서 발굴됐다. 보존 상태가 상상 외로 좋아 인간이 마스토돈을 사냥한 증거가 발견될지 모른다고 학계는 기대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마스토돈 화석의 정밀 분석이 한창이라고 발표했다. 아이오와 주에서 마스토돈의 뼈 화석이 발견된 전례가 없어 학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이 마스토돈 화석은 2022년 가을 웨인 카운티 주민이 개울가 바닥에서 처음 확인했다. 발견자는 사선으로 길게 튀어나온 뼈 비슷한 물체를 보고 화석이라고 추측했고, 연락을 받고 현장을 찾은 아이오와대학교 연구팀이 조사를 진행했다.

웨인 카운티 개울가 바닥에 박힌 상태로 발굴된 마스토돈 화석. 두개골과 상아 일부로 한눈에 봐도 거대하다. <사진=아이오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아이오와대 가브리엘라 스나이더 연구원은 "개울 위로 드러난 화석은 일부에 불과했고, 그 크기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며 "섣불리 화석을 파낼 수 없어 주변 조사 등을 먼저 진행했고, 올해 8월 초부터 12일간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잘 보존된 두개골과 여기 연결된 상아 일부, 대퇴골 등 마스토돈의 다양한 화석을 확보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마스토돈이 살았던 1만3000년 전은 마침 북아메리카에 초기 인류가 들어온 시기"라며 "화석은 보존 상태가 극히 양호해 인류와 관계에 대한 정보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마스토돈은 대략 350만년 전부터 1만500년 전 남·북아메리카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분포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화석 분석으로 미뤄 생김새는 현생종 코끼리나 멸종한 매머드와 비슷하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두개골과 연결된 상아 일부. 턱뼈에는 이빨 화석도 보존돼 있었다. <사진=아이오와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마스토돈과 매머드의 결정적 차이점은 이빨이다. 마스토돈의 이빨은 끝부분이 뭉툭하지만 초식동물임에도 전체적으로 삼각형이다. 나뭇가지 섭취에 유리하며, 그 형상이 여성의 가슴을 닮았다고 해서 학자들이 그리스어를 따 마스토돈이라고 칭했다. 매머드의 이빨은 평평하고 톱니 같은 무늬가 들어가 풀을 섭취하기에 알맞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이번 마스토돈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서식한 시기가 인류가 북아메리카에 정착한 때와 겹치기 때문"이라며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마스토돈은 1만3600년 전 활동한 개체로 최종 빙기 말기, 즉 마스토돈이 멸종하기 직전까지 생존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북아메리카의 초기 인류가 마스토돈을 사냥하고 있었던 것은 학계에 널리 알려진 가설"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인간이 마스토돈을 사냥한 보다 직접적인 증거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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