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물체를 만지지 않아도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는 미지의 감각을 가졌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퀸메리런던대학교(QMUL) 연구팀은 10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인간의 손에 숨은 제 7의 감각 예지촉각을 소개했다. 이는 말 그대로 물체에 손이 닿기 전 그 존재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간의 감각을 시각과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고유수용감각 등 6가지로 분류해 왔다. 고유수용감각이란 자신의 몸의 위치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으로, 눈을 감고도 손발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게 해준다.

연구팀은 제 7의 감각을 찾기 위해 자연계의 동물에 주목했다. 특히 해안에 서식하는 도요새와 물떼새의 생태를 자세히 살폈다. 이 과정에서 도요새가 모래에 부리를 대는 것만으로 안에 숨은 먹이를 감지하는 점을 알아냈다.

도요새가 보이지도 않는 모래 속의 조개를 감지하는 비결은 압력의 파장을 읽어내는 감각기관이다. <사진=QMUL>

QMUL 로렌조 자몬 연구원은 "도요새나 물떼새 같은 도요목 조류 일부는 부리로 모래 표면을 살짝 눌러 전달되는 미세한 압력을 감지한다"며 "모래 밑에 깔린 먹잇감에 반사된 압력의 각기 다른 파장을 부리 끝의 감각기관으로 읽어 그 위치를 알아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조류의 신기한 감각이 인간에게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피실험자를 모은 연구팀은 모래 속에 손가락을 넣어 내부에 묻힌 정육면체를 찾게 했다. 그랬더니 적잖은 피실험자는 실제로 만지기 전부터 정육면체의 위치를 감지했다.

로렌조 연구원은 "모래의 움직임을 물리 모델로 해석했더니 인간의 손은 물체를 건드리지 않고도 모래알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물체 표면에서 반사되는 약한 진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실험에서 인간의 손 역시 도요새 부리처럼 보이지 않는 모래 속 정육면체의 위치를 대략 파악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QMUL>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로봇 촉각 센서를 이용해 피실험자들의 성적과 비교했다. 로봇에는 촉각 패턴을 기억하면서 학습하는 장단기 메모리(LSTM)를 적용했다. 인간과 로봇이 어디까지 작은 힘의 변화를 느끼는지 물리적 한계를 측정했더니 인간은 검출 범위 내에서 약 70.7%나 되는 정확도를 기록했다.

로렌조 연구원은 "로봇은 조금 떨어진 위치에도 반응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물체를 검출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정확도는 40%에 그쳤다"며 "이번 발견은 인간이 감지 가능한 지각의 경계를 확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인간의 예지촉각을 연구하면 로봇의 더욱 섬세한 조작이 가능할지 모른다"며 "로봇의 촉각이 더 좋아지면 유물을 손상 없이 발굴하고 시야가 제한되는 지역에서 효과적인 탐사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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