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을 방어하는 용도로 잘 알려진 성게의 무수한 가시가 뇌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 포룸 박물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게재했다.

성게 가시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전부터 진행돼 왔다. 이번 최신 연구에서는 성게의 가시에 정밀한 신경계가 분포할 뿐만 아니라, 복수의 광수용체와 연결해 시각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떠올랐다.

조사 관계자는 “성게는 온몸이 가시 형태의 신경계로 덮여 있는 희한한 동물”이라며 “그 신경망의 일부에는 인간의 눈 구조와 비슷한 빛을 느끼는 세포까지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중추신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성게도 정교한 신경세포 네트워크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이어 “성게의 신경계는 단순한 신경세포의 덩어리가 아니라 척추동물의 뇌 구조와 유사한 고도의 세포 네트워크”라며 “이 세포들이 성게의 머리에 분포하는 복수의 광감수성 세포와 연결돼 시각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의 몸은 대체로 좌우 대칭이다. 성게나 그 동료인 불가사리, 해삼도 처음에는 좌우 대칭이지만, 변태를 통해 5방사상칭 형태가 된다. 불가사리는 그 형태가 쉽게 파악되지만 성장한 성게나 해삼은 외형만으로는 5방사상칭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연구팀은 성게의 극적인 신체 변화에 게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봤다. 변태를 막 끝낸 젊은 성게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시도한 연구팀은 몸 전체에 예상보다 정교한 신경세포 네트워크가 퍼진 사실을 알아냈다.

광감수성 세포를 가진 성게는 시각 능력을 갖춘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조사 관계자는 “사실 성게의 몸 자체가 거대한 머리이며, 다른 생물에서는 내장을 구성해야 할 유전자가 모두 몸(머리)에 담겨 있다”며 “신경세포군은 단순한 신경세포와 신경절의 네트워크를 능가할 정도로 정교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중추신경계가 없는 성게 같은 생물은 그저 단순하다는 기존 인식에 의문을 던졌다”며 “다양한 신경세포군과 고도화된 신경 펩타이드를 가진 성게는 광감수성 세포까지 가진 고도의 생물”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복잡한 신경계의 진화에 관한 학자들의 고정관념에 일침을 날렸다는 입장이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중추신경계를 갖지 않는 동물도 뇌와 같은 조직을 발달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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