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산맥에 띠 모양으로 늘어선 5000개 넘는 기묘한 구멍들이 시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페루 남부 안데스산맥의 서쪽 피스코 계곡에 자리한 구릉지 몬테 시에르페는 약 5300개의 구멍이 띠처럼 늘어서 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고고학자와 지질학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17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몬테 시에르페의 의문의 구멍들은 잉카제국 이전 시대에 사용된 일종의 시장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몬테 시에르페 지역을 드론으로 촬영하고 3D 매핑한 지형을 세세히 분석했다. 광범위한 토양의 지질학적 조사도 병행한 연구팀은 해당 구멍들이 물자나 공물을 거래하고 기록하는 시장 내지는 일종의 상거래 시스템이라고 추측했다.
시드니대 제이콥 본어스 교수는 “약 1.5㎞에 걸쳐 띠 모양으로 배열된 5300개가량의 구멍은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 구멍은 폭 1~2m, 깊이 0.5~1m이며 블록 형태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933년 항공사진이 공개된 이후 이 구멍들은 약 1세기 동안 학자들의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며 “방공호, 물 또는 물자 저장고, 농경지 등 숱한 가설이 제시됐지만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드론을 이용한 고해상도 사진 촬영 및 고정밀 지형 매핑과 토양 분석을 실시한 연구팀은 구멍이 무작위로 뚫린 것이 아니라 몇 개의 덩어리마다 나열됐고, 해당 덩어리에 포함된 구멍의 수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연구팀은 구멍이 수량의 집합을 의식해 배치됐고, 전체가 계획적으로 구성됐다고 봤다. 또한 토양에서 옥수수 및 갈대류 꽃가루가 검출된 점에서 구멍이 물자를 수납하는 데 사용됐다고 생각했다.
제이콥 교수는 “연대 측정 결과 몬테 시에르페의 구멍은 잉카제국 성립 이전 친차왕국의 유물로 보인다”며 “이 시대 피스코 계곡에는 약 10만 명이 모여 살았다. 농민, 어민, 상인 등이 때마다 물자를 가지고 와 구멍을 이용해 거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구멍의 배치에서 보이는 수량의 집합과 식물이 운반된 흔적은 친차왕국 사람들의 물자 교환이 활발했음을 시사한다”며 “구멍의 배열 방식이 잉카인이 창안한 끈 형태의 결승문자 키푸(Quipu)와 유사한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몬테 시에르페의 구멍들이 친차왕국 당시에는 거래의 장으로 쓰인 뒤, 잉카제국 무렵 물자 및 공물의 드나듦을 기록하는 회계 시스템으로 전용됐다고 봤다. 피스코 계곡이 잉카제국 행정 거점의 도로망과 교차하는 점도 연구팀의 이런 생각을 뒷받침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