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고래(외뿔고래)가 심해 탐사 마이크에 접근, 충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학자들은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일명 착한 조사 활동의 유해성이 드러났다고 우려했다.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28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북극 바다에 사는 일각고래들이 생물학자가 설치한 녹음 마이크를 반복적으로 접촉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마이크는 바다의 유니콘으로 불리는 일각고래를 조사하기 위해 설치했다. 해저에 가라앉은 장비는 마이크가 포함된 소형 녹음 장치인데, 연구팀 분석 결과 일각고래가 하루 10회 이상 부딪히거나 피부를 문지르는 등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관계자는 "생태계 조사를 위해 수동적 음향 모니터링이라는 방법이 자주 동원된다. 물속에 마이크를 설치해 동물들의 울음소리나 주변 소음을 녹음하는 것이 대표적"이라며 "동물을 쫓아다니거나 잡을 필요가 없어 착한 조사 방법으로 여겨졌지만 아예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란드 북서부의 이누이트족 사냥꾼들과 협력해 이 지역 잉글필드 피오르 수심 190~400m에 부표로 띄우는 계류식 녹음장치를 3대 설치했다"며 "2022년 8월부터 2024년 5월에 걸친 실험을 통해 합계 4000시간 이상의 음성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덧붙였다.
녹음 파일을 분석하던 연구팀은 일각고래가 장치에 몸을 부딪치거나 문지르는 물리적 충돌음을 파악했다. 분석 결과 4000시간의 녹취록 속에 247건의 충돌이 있었다. 녹음은 중간에 이따금 휴지기를 가진 관계로, 연구팀은 일각고래가 이 해역에 머물던 두 달 동안 최대 600회 넘게 접촉한 것으로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일각고래는 하루 최대 11회 장치에 접촉했을 것"이라며 "일각고래가 주위를 탐색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콜로케이션(echolocation, 반향정위, 음파를 쏴 상대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 소리나 사냥감에 접근할 때 내는 소리도 녹음됐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북극권의 차가운 바다에 서식하는 중형 생물 일각고래가 장치를 접촉한 이유가 이 생물 특유의 비비기라고 봤다. 조사 관계자는 "에콜로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일각고래는 주변 물체의 크기, 질감까지 파악하는데, 아마 비비기 대상으로 본 듯하다"며 "일각고래는 고양이처럼 서로 몸을 부비며, 마이크 장비에 호기심을 느껴 이런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생물에 해를 주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착한 조사가 실제로는 일각고래의 행동을 바꿨기 때문"이라며 "인공물이 야생동물에 주는 영향을 인간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