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벌들은 죽은 동물의 뼈에 알을 낳고 유충을 키웠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벌이 동물의 뼈에 난 구멍에 산란한 사례는 그간 보고된 바가 없어 관심이 모였다.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 고생물학 연구팀은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도 실릴 예정이다.
연구팀은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동굴을 조사하던 중 죽은 동물들의 뼈 상태에 주목했다. 일부 뼈를 수거해 분석한 연구팀은 벌들이 동물의 뼈에 난 구멍을 산란 장소로 이용한 흔적을 확인했다.
라사로 비뇰라 로페즈 연구원은 “히스파니올라섬에는 석회암 동굴이 많은데, 일부에는 동물 화석이 겹겹이 쌓인 층이 형성돼 있다”며 “약 2만 년 전 동굴에 서식한 맹금류가 물어온 사냥감으로 보이며, 대부분 섬에 서식하는 설치류였고 포유류, 파충류, 조류의 뼈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어 “맹금류가 잡아먹은 포유류의 뼈를 추려 따로 조사했는데, 치조골의 오목한 부분에 부자연스러운 퇴적물이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해당 퇴적물은 고대 말벌 고치의 잔해에 묻은 그것과 상당히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벌 하면 수많은 개체가 모여 사는 꿀벌이나 말벌을 떠올리지만, 단독으로 생활하는 종도 많다. 이들은 돌이나 나무에 난 구멍에 알을 낳고 유충의 먹이가 되는 꽃가루를 공급한다. 일부 벌은 나무나 땅에 직접 구멍을 판다. 유럽이나 아프리카에는 달팽이 껍데기를 둥지로 삼는 벌도 있다.
치조골의 퇴적물을 보다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연구팀은 CT 스캔을 실시했다. 화석 자체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한 뒤 퇴적물을 파괴 없이 3D 이미지화했다. 그 결과 퇴적물의 형상과 구조는 오늘날 벌이 만드는 진흙집과 흡사했다. 일부 홈에는 유충에게 먹이기 위해 채운 것으로 보이는 꽃가루 알갱이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벌이 동굴의 흙을 파다가 우연히 구멍이 숭숭 뚫린 뼈를 발견하고 둥지를 튼 것으로 추측했다. 치조골에 난 홈은 연필에 붙은 지우개보다 작은 크기였다. 벌들은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알을 보호할 목적으로 구멍에 알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라사로 비뇰라 로페즈 연구원은 “화석을 찾을 수 없어 뼈에 둥지를 튼 벌의 종류는 특정하지 못했다. 뼈가 보존된 동물 대부분이 멸종종인 점에서 벌 역시 멸종종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구는 벌이 동물 뼈의 구멍을 이용해 둥지를 튼 첫 사례인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동굴 주변이 석회암으로 덮여 굴을 파기 적합한 흙이 거의 없기 때문에 벌들이 동물 뼈를 이용한 것으로 봤다. 향후 추가 조사를 진행해 보다 자세한 생태를 알아낼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