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해 광합성 기능을 버리고 클론 증식을 택한 기묘한 기생 식물 발라노포라 자포니카(Balanophora japonica)의 중요한 생태가 규명됐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 및 고베대학교, 대만 타이베이시립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8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발라노포라 자포니카의 놀라운 생존 전략을 소개했다.
발라노포라 자포니카는 일본 고유종으로 오키나와를 비롯해 열도 내륙 지역의 깊은 숲에 분포한다. 이끼가 낀 고요한 숲의 지면에 빼꼼히 머리를 내민 식물로 숙주에 달라붙어 느리지만 확실하게 증식을 거듭한다.
연구팀은 발라노포라 자포니카를 채취해 설계도에 해당하는 게놈을 장시간에 걸쳐 분석했다. 그 결과 광합성에 대응하는 유전자를 무려 90%나 버리는 대신, 클론 증식을 터득한 사실을 알아냈다.
고베대학교 유전자학자 스에츠구 켄지 교수는 "길이 6~12㎝에 다수의 비늘조각 모양 잎으로 둘러싸인 발라노포라 자포니카는 광합성을 위한 엽록소가 없고 흙에서 수분을 빨아먹는 뿌리조차 포기했다"며 "대신 노린재나무 같은 특정 수목의 뿌리에 말 그대로 얹혀사는 기생식물의 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희한한 식물이 왜 1억 년 넘게 생태나 외형을 바꾸지 않고 살아남았는지 비밀이 게놈 해석 결과 밝혀졌다"며 "이 식물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숙주에 100% 의존하는 완전한 기생 식물"이라고 덧붙였다.
보통 식물은 햇빛을 이용,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세포 내에 색소체라는 세포소기관을 갖췄다. 발라노포라 자포니카는 이 색소체를 유지·운영하는 유전자가 일반 식물의 10%에 불과한 20개 남짓으로 파악됐다.
발라노포라 자포니카는 식물의 정체성이라 할 만한 기능을 버렸지만, 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700여 종의 단백질을 색소체에 전달하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광합성을 그만둔 대신, 세포 내에서 만든 도구(단백질)를 생존을 위한 다른 물질로 변모하는 작업장으로 색소체를 계속 사용해 왔다.
스에츠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1억 년 전 공룡시대의 가장 오래된 기생 식물 발라노포라 자포니카의 생태 일부가 규명한 데 의미가 있다"며 "공룡이 대지를 활보하던 시절부터 이미 광합성을 버리고 기생 생활을 택한 종은 육상식물 중에는 전례가 없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