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뒤편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하는 일명 루시 나이트(LuSEE-Night) 미션이 실행을 앞뒀다. 과학자들은 왜 달에, 그것도 굳이 인류가 잘 알지 못하는 뒷면에 전파망원경을 세우려는 것일까.

루시 나이트는 Lunar Surface Electromagnetics Experiment‑Night의 앞 글자를 땄다. 우리말로 옮기면 달 표면 전자기파 실험 정도 되겠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와 미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여러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참여하는 초소형 전파망원경 미션이다.

달 뒤에 전파망원경을 세우는 기상천외한 계획은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원로 천문학자 잭 번스(73) 명예교수가 핵심 인물이다. 1979년 대학원을 졸업한 잭 번스는 우리은하 저편의 제트와 퀘이사를 연구하고자 뉴멕시코주에 막 건설된 초대형 전파망원경군 VLA(Very Large Array)로 향했지만 전파 간섭을 완전히 없앨 수 없음을 알고 낙담했다.

루시 나이트를 제안한 잭 번스 <사진=콜로라도대학교 볼더 공식 홈페이지>

지구의 대기와 전리층은 생명체 유지에 없어서 안 될 보호막이지만 우주에서 도달하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대부분을 차단하기 때문에 우주 관측에는 방해가 된다. 이런 제약을 최소화하고자 고안된 것이 전파망원경이지만 지구에 자리하는 원천적 제약에 허블우주망원경 등 우주에 뜬 다른 장비와 연계 관측이 기본이다.

1984년 달에 망원경을 설치할 생각을 떠올린 잭 번스 교수는 이후 40년 동안 NASA와 미국 에너지부에서 근무하며 전파망원경에 관한 500편 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달 표면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하는 프로젝트가 가능한지 부단하게 연구한 결과, 루시 나이트 미션이 계획됐다.

루시 나이트는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다. 이 착륙선은 민간 업체로는 두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의미 있는 기체다.

미국 뉴멕시코에 설치된 VLA. 지구에 설치된 만큼 아무래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진=유럽남천천문대(ESO) 공식 홈페이지>

만약 루시 나이트가 달의 뒷면에 제대로 설치되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중성자별, 중력파 등을 지구보다 훨씬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다. 잭 번스 교수는 빅뱅으로부터 불과 38만 년 후에 시작된 암흑시대 등 우주의 수많은 미스터리를 풀 실마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달은 항상 지구를 향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 뒷면은 지구에서 방출되는 전파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태양이 달의 지평선에 잠겨 14일간의 밤이 찾아오면 지구와 태양의 전파가 전혀 닿지 않아 태양계 내부 어느 곳보다도 전자기적으로 안정된 곳이 된다.

2년간 활동이 예정된 루시 나이트는 작은 턴테이블 위에 다이폴 안테나 2개를 각각 반대 방향으로 설치한 구조다. 6m까지 늘어나는 안테나는 높은 전도성과 안정성을 발휘하면서 달의 급격한 온도 변화에 견디도록 베릴륨구리 합금 처리된다.

개발 단계의 루시 나이트. 최대 중량이 120㎏으로 상당히 작다. <사진=

턴테이블의 총중량은 최대 120㎏ 이하로 제한됐다. 초기 우주에서 발생한 전파는 거의 등방향인데, 루시 나이트는 안테나 방향에 관계없이 어느 쪽에서도 동일하게 전파를 수신한다. 특정 은하나 성간 가스 구름 등에서 발생하는 전파는 특정 방향에서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 안테나 방향을 쉽게 바꾸도록 턴테이블 설계를 적용했다.

루시 나이트는 달 뒷면의 급격한 온도 변화도 고려했다. 낮 동안의 열을 차단하기 위해 기기가 들어 있는 케이스 외부에 멀티셀 파라볼라형 방열 패널을 설치했다. 야간에는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해 혹한을 견딘다.

달의 뒷면은 지구와 달이 조석고정돼 앞면만 보이는 관계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할 수 없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기체의 발사 중량 중 약 38㎏은 7160Wh(와트시)의 리튬이온배터리다. 배터리는 낮에 태양광 패널로 충전되며, 잔량이 8%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중요 장비인 분광계조차 야간에는 정기적으로 전원을 차단할 계획이다. 장치 전체를 잃어 복구가 불가능해지는 것보다 관측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블루 고스트를 통해 달로 향하는 루시 나이트의 발사 시기는 원래 지난해 말이었다. 유력한 발사 시점은 미정이나, 올해 안에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 달 착륙 후 2주 동안 탐사선 점검 및 사진 촬영, 블루 고스트에 탑재된 기타 장비를 이용한 실험이 이뤄진다. 달에 밤이 도래하면 수신기와 최소한의 지원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전원을 끄고, 가능한 전파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진짜 관측을 시작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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