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껍질(수피)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피 내 미생물의 환경 정화 능력이 그간 간과돼 왔다는 연구 결과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호주 모내시대학교와 서던크로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나무껍질 속 미생물의 놀라운 환경 정화력을 소개했다.

나무가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해 기후변화 억제에 기여해 왔다. 이번 연구는 나무 표면의 껍질에 사는 미생물이 메탄부터 일산화탄소, 심지어 수소까지 분해해 공기를 정화하는 것을 알게 해줬다.

수피 속의 미생물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메테인, 탄소, 수소, 이산화탄소 등을 분해하는 원리 <사진=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노던 준주의 숲을 채운 도금양과 멜라루카, 유칼립투스 등 호주 자생 나무 8종을 5년간 조사했다. 나무껍질 샘플을 채취해 미생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살핀 결과, 온실가스를 분해해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고 있음이 파악됐다.

서던크로스대 식물학자 루크 제프리 연구원은 "그간 나무껍질은 나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 기후를 조절하는 생물학적 기능은 거의 없다고 여겨졌다"며 "이번 연구에서 나무껍질 속 미생물들이 메탄뿐만 아니라 수소와 일산화탄소까지 분해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놀란 것은 더 있다. 추산에 따르면, 불과 1㎡의 나무껍질에 최대 6조 개의 미생물 세포가 존재한다. 경이로운 밀집도로 나무껍질을 가득 채운 미생물들은 가스를 분해하기 위한 전용 유전자를 갖추고 있었다.

수피, 즉 나무껍질은 나무 보호 외의 역할이 간과돼 왔다. <사진=pixabay>

루크 제프리 연구원은 "메타게놈 분석을 통해 미생물들이 수소를 분해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억제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수소 자체는 온실가스가 아니지만 대기중에서 메탄이 분해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온난화를 지속하는 성질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계산이 맞는다면 전 세계 나무껍질의 미생물은 매년 최대 5500만 t의 수소를 제거한다"며 "이 기능은 인간이 배출하는 메탄에 의한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최대 15%나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수목의 껍질에 서식하는 미생물 생태계의 중요성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어떤 수종이 가장 활발하게 메탄과 수소, 일산화탄소를 분해하는지 밝힐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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