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을 본떴지만 움직임은 전혀 다른 로봇 손이 개발됐다. 최근 현대자동차 계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선을 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처럼 어느 방향으로나 움직이는 로봇 손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이는 리버시블 핑거(reversible finger)를 갖춘 신개념 로봇 손을 소개했다.

EPFL 로봇공학 연구팀은 로봇의 손이 인간을 그대로 모방하는 실태에 주목했다. 인간의 손은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엄지가 한쪽에만 존재하고 손바닥과 손등의 역할이 전혀 다른 등 기능상 치우침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손을 닮았으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하는 로봇 손 <사진=EPFL 공식 홈페이지>

이런 비대칭성이 로봇 손의 응용 범위를 좁힌다고 본 연구팀은 리버시블 핑거를 떠올렸다. 손바닥과 결합하는 부분이 사실상 360° 회전해 사람 손가락을 훨씬 뛰어넘는 가동 범위를 실현했다.

이 로봇 손은 사람처럼 손가락이 5개다. 구조는 똑같지만 움직임은 인간과 크게 달라 손바닥 쪽과 손등 쪽의 구별이 아예 없다. 더욱이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 즉 생체모방 기술을 접목해 따로 떨어뜨리면 거미나 문어처럼 움직인다.

연구팀 관계자는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거부감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 인간의 형상을 본뜨지만 굳이 손의 움직임까지 닮을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만든 손은 손목에서 탈착돼 독자적으로도 움직여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전했다.

인간 손의 형상을 따르면서 움직임은 사뭇 다른 리버시블 핑거. 두 물체를 한 손으로 꽉 잡는 동작이 가능하다. <사진=EPFL 공식 홈페이지>

손목에서 분리된 로봇 손은 한 마리 거미처럼 바닥을 기어 움직인다. 바나나를 향해 기어가 제대로 짊어지고 이동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좁은 곳의 물건을 회수하는 이 기능은 우주탐사나 요구조자 탐색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인간의 손이 진화의 우연과 제약의 산물이라면, 이 로봇 손은 원하는 기능에 충실하도록 꼭 필요한 공학적 설계만 거쳤다. 연구팀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인간을 쏙 빼닮은 로봇을 지향하는 기업도 있지만 로봇의 설계 자체에 새로운 흐름이 생기고 있다”며 “기능에 충실하면서 휴머노이드 형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고성능 로봇이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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