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규제가 없던 20세기 미국인의 납중독이 생각보다 심각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납은 융점이 낮아 가공이 쉬운 관계로 과거 다양한 제품에 무분별하게 사용돼 납중독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 유타대학교 켄 스미스 교수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20세기 미국 도시 사람들의 머리카락 분석 과정에서 치명적인 납 오염 실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납은 인장강도가 낮아 무르고 용융점도 낮아 가공이 쉽다. 때문에 규제가 없던 20세기만 해도 페인트나 물감 같은 도료부터 수도관, 심지어 아이 장난감 등에 널리 사용됐다. 납을 첨가한 유연휘발유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노킹을 방지한다며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1970년대 전까지 가동된 와사치 프론트의 납 공장 <사진=Utah Historical Society>

납은 수은이나 비소와 마찬가지로 생체 조직에 축적되면 해롭다. 신경계 손상을 일으켜 발달지연, 발작, 학습장애 등 정신질환이나 불임, 고혈압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납이 초래하는 피해가 드러난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을 설립했다. EPA는 즉시 소비자 제품에 대한 납 사용을 엄격히 단속했고, 비로소 미국인의 납 노출이 감소했다.

켄 스미스 교수는 "유타 북중부 대도시 와사치 프론트에 거주하는 피실험자 48명의 과거 및 현재의 모발 샘플을 입수했다"며 "질량분석법을 이용해 모발 샘플에 포함된 납 농도를 측정한 결과, 1916년부터 1969년까지 28~100ppm으로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납은 간판용 페인트 등 다양한 제품에 널리 사용됐다. <사진=pixabay>

1970년대 약 50ppm이던 와사치 프론트 주민의 납 농도는 1990년대 10ppm 이하로 떨어졌다. 해당 지역은 20세기까지 미국의 납 산업을 지탱하는 지역이었다가 EPA에 의해 1970년대 납 공장이 폐쇄됐다.

켄 스미스 교수는 "모발 샘플에 포함된 납 농도는 반드시 당시 사람들의 체내 납 농도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들이 살던 환경 전체가 얼마나 많은 납에 노출됐는지 보여주는데, 학자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겨울철 와사치 프론트는 상층부 공기가 따뜻하고 하층부 공기가 차가운 역전 현상이 발생해 공기 대류가 어려워진다"며 "차량 배기구 등에서 배출된 납이 오랫동안 공기에 머물며 사람들의 머리카락이나 폐에 흡수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