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서는 수성과 금성, 지구, 화성 같은 암석행성이 태양 가까이에, 목성과 토성 같은 가스행성이 바깥쪽에 자리한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배열이 행성 형성의 기본 원리라고 여겨왔다. 다만 이 같은 상식을 뒤집는 외계행성계가 발견됐다.

영국 워릭대학교 토머스 윌슨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외계행성 탐사 위성 케옵스(CHEOPS)를 이용, 적색왜성 LHS 1903을 공전하는 독특한 행성계를 확인했다고 12일 전했다. 이 연구 결과는 같은 날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LHS 1903은 태양보다 차갑고 어두운 적색왜성이다. 연구팀은 지상과 우주의 여러 망원경 관측 자료를 종합해 이 별을 도는 행성 네 개를 분석했다. 가장 안쪽 행성은 암석행성, 다음 두 행성은 가스행성으로 확인됐는데, 여기까지는 기존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티스트가 만든 적색왜성 LHS 1903과 행성들. 주성에 가까울수록 암석행성, 멀수록 가스행성이 배치된다는 기존 생각에 의문을 던졌다.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반전은 네 번째 행성에서 나타났다. 가장 바깥을 도는 행성은 거대한 가스행성이 아니라 암석행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행성계는 암석-가스-가스-암석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구조를 갖게 됐다. 연구팀은 이를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행성계라고 표현했다.

현재 행성 형성 이론은 이렇다. 항성의 가까운 곳에서는 높은 복사열 때문에 가벼운 기체가 쉽게 흩어져 암석행성이 만들어지고, 멀리 떨어진 차가운 영역에서는 두꺼운 대기를 모아 가스행성이 형성된다. 이번 발견은 이러한 통설에 정면으로 의문을 던졌다.

연구팀은 가장 바깥 행성이 과거 대기를 잃었거나, 다른 행성과 궤도를 바꿨을 가능성도 검토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과 공전 주기 분석 결과 이런 시나리오는 현재 관측 결과와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SA의 케옵스 탐사 위성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네 행성이 동시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차례대로 형성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앞선 행성들이 먼저 형성되면서 원시행성원반의 가스를 대부분 소비했고, 그 이후 가스가 거의 사라진 환경에서 마지막 암석행성이 뒤늦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사이드 아웃 행성 형성 이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관측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토머스 윌슨 박사는 “암석행성은 보통 별에서 이렇게 먼 곳에서는 형성되지 않는다”며 “이번 발견은 행성계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특히 “가스가 거의 고갈된 환경에서도 암석행성이 탄생할 수 있다는 첫 증거를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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