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는 평범한 소행성이었다. 먼지 구름도, 긴 꼬리도 없었다. 그런데 중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미세한 움직임이 천문학자들의 눈에 들어왔고, 결국 희미한 혜성 꼬리까지 발견됐다. 소행성으로 분류됐던 천체가 사실은 얼음을 품은 암흑 혜성(Dark comet)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다비데 파르노키아 박사 연구팀은 근지구천체 (875163) 1998 SH2가 혜성과 비슷한 활동을 하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이달 중순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25년까지 축적된 천체 위치 관측 자료를 분석하던 중 이 천체가 태양과 행성의 중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미세한 가속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비중력 가속은 혜성이 대표적이다. 내부의 얼음이 태양열에 의해 기화하면서 분출되는 가스의 반작용이 혜성을 움직이게 한다.

2025년 9월 3일(a)과 9월 4일(b) 칠레 아틀라스 망원경으로 촬영한 1998 SH2의 확대 화면. 암흑 혜성이 약간 길쭉하게 보이는 것은 아틀라스의 30초 노출 시간 동안 이동했기 때문이다. c는 2025년 9월 3일과 9월 4일 촬영한 8개 노출 영상을 픽셀당 2각초 해상도로 합성한 이미지다. 코마나 꼬리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다비데 파르노키아>

대형 망원경을 동원한 연구팀은 1998 SH2에서 기존에 보이지 않던 매우 희미한 저표면밝기 꼬리를 파악했다. 이 시점에서 연구팀은 이 천체가 수십 년 동안 활동을 숨겨온 혜성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다비데 파르노키아 박사는 "이처럼 겉보기에는 소행성과 다르지 않지만 실제로는 얼음을 품고 약한 가스를 방출하는 천체를  암흑 혜성이라 한다"며 "일반 혜성처럼 밝은 코마(먼지 구름)나 긴 꼬리가 거의 없어 오랫동안 소행성으로 오인했지만 궤도에 미세한 비중력 가속이 남는 등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가 제작한 암흑 혜성 1998 SH2의 상상도 <사진=NASA JPL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비중력 가속을 이용해 숨어 있는 암흑 혜성을 더 찾아낼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소행성으로 분류된 근지구천체 가운데에도 이와 같은 암흑 혜성이 더 존재할 것으로 연구팀은 봤다.

다비데 파르노키아 박사는 "이러한 천체는 일반 소행성과 달리 가스 분출 때문에 궤도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향후 지구 충돌 위험을 계산하거나 태양계 초기 물이 어떻게 지구로 전달됐는지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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