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봉 옷이 미국 동굴에서 나왔다. 바느질이 들어간 인류의 의복문화 역사가 1만2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미국 네바다대학교 및 오리건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발굴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이 분석한 것은 미국 오리건주 동굴에서 나온 가죽 조각이다. 약 1만2400년 전의 것으로, 사슴가죽을 식물성 섬유로 제법 정교하게 꿰매 최후 빙기의 혹독한 추위를 견딘 선인의 의복으로 여겨진다.

사슴 가죽을 섬유로 꿰맨 의복 조각 <사진=리처드 로젠크랜스>

해당 유물은 1950년대 아마추어 고고학자가 오리건주 쿠거 마운틴 동굴 및 페이즐리 동굴에서 발견했다. 동물의 가죽이나 식물로 만든 도구는 보통 수천 년이 지나면 부패해 버리지만, 두 동굴의 건조한 환경 덕에 유기물이 현대까지 보존됐다.

오랫동안 개인 소유였던 해당 유물은 오리건주 파벨박물관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연구팀은 이 유물을 대여해 최신 기술로 재분석했는데, 인류의 의복문화 역사를 새로 쓸 결정적 발견으로 이어졌다.

다양한 식물을 꼬아 실 용도로 쓴 섬유들 <사진=리처드 로젠크랜스>

네바다대 고고학자 리처드 로젠크랜스 교수는 "식물 섬유 끈으로 꿰맨 두 장의 작은 말코손바닥사슴 가죽을 상세히 분석했다"며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이 가죽은 약 1만24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봉제 흔적이 남은 가장 오래된 옷이 1만1700년 전 것이었는데, 이번 발견으로 역사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굴에서는 옷으로 쓴 가죽 조각 외에 뼈로 만든 정교한 바늘도 14개 나왔다"며 "이는 후기 플라이스토세에 만든 물건 중에서도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 당시 사람들이 가죽을 이용한 옷을 능숙하게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동굴에서 나온 뼈 바늘. 상당히 가늘고 정교하다. <사진=리처드 로젠크랜스>

연구팀은 이렇게 가는 바늘이 단순히 가죽을 연결하는 도구는 아니었다고 봤다. 당시 사람들은 보온을 위한 옷을 걸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는 바늘로 섬세한 옷을 만들어 개성을 드러냈을 가능성을 연구팀은 제기했다.

학계는 이번 성과가 오리건주의 고지 사막에 살던 원주민이 고도의 생태학적 지식을 가졌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리처드 교수는 "덩치가 큰 동물의 가죽을 옷의 주재료로 사용하고, 덫으로 잡은 작은 동물의 가죽을 덧댄 점에서 이번 유물은 고대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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