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이 초신성을 거치지 않고 블랙홀로 이행하는 극히 드문 상황이 우리은하의 이웃 안드로메다은하에서 관측됐다. 폭발 없이 조용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 실패한 초신성에 학계의 관심이 모였다.
학자들은 항성이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면 스스로 붕괴해 폭발한 뒤 블랙홀로 변화한다고 여겨왔다. 이번 블랙홀은 중요한 항성의 폭발이 쏙 빠져 많은 관심이 모였다.
미국 뉴욕 플랫아이언 연구소 천문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초신성 과정 없이 블랙홀이 된 항성 M31-2014-DS1을 소개했다.
M31-2014-DS1은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에 자리한다. 한때 태양보다 훨씬 무겁고 격렬하게 빛난 거대한 항성 M31-2014-DS1을 추적관찰한 연구팀은 갑자기 발생한 이상 현상에 주목했다.
조사를 주도한 키셜레이 디 박사는 “만약 베텔게우스가 갑자기 밤하늘에서 사라진다면 세계가 혼란에 빠질 것인데, 그와 같은 일이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일어났다”며 “은하에서 가장 밝게 빛나던 천체 중 하나가 지금은 어디를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항성 소멸의 이면에는 우주의 진화를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숨어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 천문 위성 네오와이즈(NEOWISE)와 세계 각지의 지상 망원경이 2005~2023년 기록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M31-2014-DS1이 사라질 때까지 이상한 과정이 밝혀졌다.
키셜레이 박사는 “M31-2014-DS1은 2014년부터 점점 밝아지다가 2016년 갑자기 원래보다 훨씬 어두워졌고 2022~2023년 관측에서는 밝기가 더욱 떨어졌다”며 “현재 겨우 남은 잔해가 이전의 10분의 1 정도 밝기로 미미한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23년 거의 사라진 M31-2014-DS1이 초신성 단계를 건너뛰고 갑자기 블랙홀이 됐다고 결론 내렸다. 질량이 태양의 10배 이상인 거대 항성은 연료를 다 쓰면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중심부가 붕괴된다. 그 반동으로 대폭발이 일어나는데, 이 현상이 바로 초신성이다.
수명이 다한 M31-2014-DS1이 요란한 폭발 없이 블랙홀로 변모한 이유는 항성 내부의 대류 현상이 꼽혔다. 키셜레이 박사는 “목욕물의 온도차로 물이 순환하는 것처럼, 항성 내에서도 가스가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대류하는 가스가 소용돌이 치듯 강한 힘을 가졌기에, M31-2014-DS1의 모든 물질이 한꺼번에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박사는 “즉 M31-2014-DS1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킬 충격파가 항성의 물질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한 듯하다”며 “오히려 모든 물질이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는 역류가 발생하면서 폭발 과정을 완전히 건너뛰고, 자신의 무게로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블랙홀 주변을 소용돌이치는 가스는 욕조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물처럼 천천히 시간을 두고 떨어진다. M31-2014-DS1의 경우, 실제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은 원래 가스의 약 1% 정도로 보이며, 나머지는 바깥쪽으로 튕겨져 먼지가 되면서 지금도 희미한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봤다.
학계는 이번 발견을 바탕으로 과거에 발견된 유사한 천체도 재평가했다. 그 결과, 폭발하지 않고 블랙홀이 되는 항성은 결코 드문 예외가 아닐 가능성이 떠올랐다. 키셜레이 박사는 “우주에 무수히 존재하는 블랙홀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수수께끼를 푸는 여정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