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이 각광을 받으면서 보다 사람다운 동작을 구현하는 로봇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모터를 이용하는 기존 로봇은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분명해, 최근에는 소프트 로보틱스 기술이 많은 관심을 받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가 지난달 선을 보인 인공 근육은 학계에 충격을 줬다. 3D 프린터로 고무처럼 뽑아내는 이 인공 근육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생물학적 접근을 이어온 연구팀의 값진 산물이다.
인공 근육은 이미 로봇공학에 적용되는 소프트 로보틱스 기술의 대표 격이다. 다만 대부분 내부에 공기가 지나가는 관을 가지고 있다. 이 관을 팽창·수축해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그 제조 과정에는 큰 장벽이 있었다.
지금까지 인공 근육은 복잡한 관을 내부에 삽입하기 위해 부품별로 금형을 따로 제작해 성형했다. 이후 수작업으로 일일이 부품을 다시 접착했다. 다만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제조 방법을 3D 프린터로 대체해 인공 근육 제작을 한 번의 공정으로 끝낼 수 있었다.
핵심은 회전 멀티머티리얼 3D 프린팅(Rotational multimaterial 3D printing) 기술이다. 먼저 내부 채널(관) 부분에 특수 소프트 젤을 배치하도록 프린트하고, 그 위에 조직이 되는 소재를 층층이 겹친다. 구조 전체가 완성된 뒤에 내부 젤만 배출함으로써, 비어 있는 관 안에 언제든지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 이로써 금형을 만드는 비용도, 여러 부품을 연결하는 수고도 줄일 수 있었다.
하버드대학교 관계자는 "이 기술의 의미는 단순한 효율화에 그치지 않는다"며 "인공 근육의 제조비가 크게 낮아지고 복잡한 구조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게 되면 피지컬 AI 로봇의 움직임은 지금과 천지차이로 매끄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의 소프트 로보틱스 기술을 대표하는 인공 근육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박용래 교수 연구팀은 2019년 실제 근육의 감각기관을 본뜬 소프트 센서를 인공 근육에 내장했다. 실제 근육의 근방추와 골지힘줄기관을 소프트 센서화해 액체 전도체를 이용한 공압 인공 근육 재현에 성공,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탄소나노튜브 및 나일론 기반 섬유형 인공 근육이 만들어지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강성이 높아 이를 꼬아 만든 실 형태의 인공 근육은 몸체가 무거운 로봇의 동작에 어울린다. 여기에 나일론 기반 섬유를 덧대면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보다 빠른 수축이 가능하다. 마이크로 로봇부터 정밀 의료 로봇까지 적용 가능성이 기대되나, 아직 로봇 전체를 완성할 정도로 상용화되지 않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지난해 무게 대비 4000배 넘는 부하를 견디는 인공 근육을 선보였다. 신장률이 무려 86.4%로 인간 근육의 2배가 넘는 이 인공 근육은 압력·강도 변화가 가능한 자기·고분자 복합 구조로 중량이 작아도 강한 힘을 발휘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합하다. 완벽한 상용화는 멀었지만 힘과 유연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소재로 평가됐다.
이처럼 인공 근육으로 대표되는 소프트 로보틱스는 모터를 이용한 기존 로봇과 달리 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에 가까운 동작 구현을 목표로 한다. 금속 대신 고무와 플라스틱을 사용해 기어와 힌지에 의존하지 않는 유연한 구동을 목표로 한다.
정이안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