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최대의 위성 타이탄은 또 다른 위성 두 개가 충돌·합체하며 형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가설이 토성 고리의 탄생 기원도 일부 규명할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미국 SETI(세티) 연구소 행성과학 연구팀은 2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5억 년 전 일어난 위성 두 개의 충돌이 타이탄의 특이한 궤도, 토성의 자전축 기울기, 토성 고리의 기원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한 토성 탐사선 카시니의 데이터와 최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2004년 데뷔한 카시니는 토성의 얼음 위성 엔켈라두스에서 분출되는 수증기와 얼음 입자 기둥 플룸을 관측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내고 2017년 임무를 마감했다.
한때 천문학자들은 토성의 기울기가 이웃 해왕성에서 받는 중력의 영향으로 수십억 년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다만 카시니가 축적한 관측 데이터는 이 가설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SETI 연구소 마티자 추크 박사는 “카시니가 관측한 토성 내부의 질량 분포를 바탕으로 물리 법칙에서 본래의 회전 리듬을 산출한 결과, 실제 토성은 해왕성과 동기화가 약간 어긋나 있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세차 운동을 할 가능성이 새롭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세차 운동이란 회전하는 물체의 자전축이 팽이의 목 흔들림처럼 천천히 원을 그리며 방향을 바꾸는 현상이다. 타이탄이 연간 11㎝라는 예상 밖의 속도로 토성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내부 구조에서 예측되는 회전 리듬과 실제 관측값의 괴리, 그리고 타이탄의 급격한 이동은 그간 많은 과학자들을 괴롭힌 모순이다. 이 어긋남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5억 년 전이라는 태양계 역사상 비교적 최근에 토성계 균형을 근본부터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해야 한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수수께끼 해명에 도전했다. 그 결과, 과거 토성에는 현재의 타이탄에 필적하는 원시 타이탄과 그 1000배 더 큰 원시 하이페리온 등 미지의 위성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약 5억 년 전, 두 위성이 충돌해 하나가 됐다면 현재 토성계 설명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마티자 추크 박사는 “어마어마한 합체로 인해 천체의 표면이 재구성됐다면, 타이탄에 오래된 분화구가 극히 적은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며 “한때 토성과 해왕성의 중력 균형을 유지하던 미지의 위성이 충돌·소멸함으로써 현재 토성의 기울기가 정립됐고 동기화가 어긋난 상태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의 새 가설은 토성의 다른 특징들도 일부 설명 가능하다. 타이탄 바로 근처를 도는 불규칙한 형태의 위성 하이페리온의 궤도가 타이탄과 일정한 주기로 연동(궤도 공명)하는 것은, 양자가 같은 충돌에 의해 현재의 형태나 궤도를 가졌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합체로 인해 타이탄의 궤도가 타원형으로 휘어졌을 때, 그 중력의 영향으로 내부를 돌고 있던 중형 위성의 궤도가 혼란돼 서로 충돌한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이 두 번째 연쇄 충돌이 약 1억 년 일어나면서, 대량의 파편이 토성 주변에 퍼져 현재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고리가 된 것이 아닐까 연구팀은 추측했다.
마티자 추크 박사는 “새로운 가설은 멀리 떨어진 토성 위성 이아페투스의 궤도 기울기 등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토성계의 수수께끼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며 “우리 연구 결과가 옳은지 여부는 NASA의 최신 탐사 계획 드래곤플라이를 통해 일부 규명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드래곤플라이는 2028년 동명 옥토콥터를 발사해 2034년부터 타이탄을 탐사하는 프로젝트다. 원자력으로 구동하는 옥토콥터는 이름처럼 프로펠러 8개를 갖춘 탐사선으로, 타이탄 표면을 날아다니면서 지질과 화학 성분을 분석한다. 만약 타이탄의 지층에서 5억 년 전 충돌을 뒷받침할 증거가 나온다면, 토성의 상징인 고리와 위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형상이 됐는지 밝혀질지 모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