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공물을 뒤덮은 컬러는 선인들이 연구해 만든 안료들이 빚어낸다. 색은 그 안에 복잡한 화학식이 얽혀있는데, 지금도 경험과 운이 따라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만큼 오묘한 분야다.

완벽한 빨간색을 만들기 연구를 거듭하는 인도 과학자 마스 수브라마니안(72)이 이달 6일 SNS에 올린 글은 크게 주목됐다. 인류가 여태 완전한 빨간색 안료를 제작하지 못한다는 그의 글은 대중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눈으로 본 그대로의 색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색을 만드는 기술에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들어간다.

인류는 아직 완전한 빨간색을 얻지 못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우리 주변의 인공물은 안료, 즉 특정 색으로 보이는 화합물에 의해 착색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색을 만드는 분자의 연결이 약해져 점점 색이 옅어지고 탁해진다. 일반 도장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페라리 같은 값비싼 슈퍼카의 경우 색바램 방지에만 많은 돈이 필요하다.

숱한 색깔 중에서 학자들이 꼽는 ‘가장 재현하기 어려운 색’은 빨강이다. 수브라마니안 교수는 “색은 빛이 분자 내의 전자와 상호작용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며 “빛이 분자에 닿으면 그 에너지를 받은 전자가 일시적으로 더 높은 에너지 레벨까지 흔들리고, 이때 어떤 파장의 빛이 흡수되고 반사되는지 분자의 물리적 구조에 의해 색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안료화학 분야에서는 어떤 원소를 사용할지 보다는 어떤 원자 배열이 바람직한 색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며 “에메랄드의 녹색과 루비의 빨간색은 모두 크롬 원소에 의한 것이지만, 원자의 배치는 서로 다르다”고 예시를 들었다.

단풍이나 딸기, 사과 등 자연 물질이 아닌 인공 안료 중에는 헥스 코드 상 완전한 빨간색을 재현한 것이 없다. <사진=pixabay>

복잡한 화학식으로 얽힌 안료화학이지만, 선인들이 과학적 이론에 근거해 색을 만든 것은 아니다. 여러 재료를 시험하며 우연히 색을 찾아왔다. 고대 예술가들은 광물이나 동물성 지방을 조합해 물감이나 잉크를 만들었다. 가장 오래된 안료 이집션 블루(Egyptian Blue)는 고대 이집트인이 모래와 탄산나트륨, 구리와 청동 가루를 조합하다 만들었다. 16세기 유럽에서 인기를 얻은 머미 브라운(Mummy Brown)은 초창기만 해도 진짜 이집트 미라 가루가 들어갔다.  

수브라마니안 교수는 인망 블루(YInMn Blue)라는 파란색 안료를 발견한 인물이다. 가장 완벽한 파란색(헥스 코드 #0000ff)에 매우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원래 좌우대칭인 분자의 형태를 약간 왜곡해 전자의 움직임에 걸린 물리적 제한을 풀었다.

완벽한 파란색으로 평가되는 인망 블루 <사진=오리건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완벽한 빨간색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유기계 빨간색 안료의 특성이다. 미술의 역사를 보면, 빨간색은 예전부터 자주 사용한 색이지만 화학적으로 안정된 빨간색은 없었다. 유기계 빨간 안료가 부서지기 쉽고 퇴색하기 쉬운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브라마니안 교수는 “빛을 흡수하는 반도체 재료를 넣는 등 여러 시도를 거듭했지만, 색깔을 화학식으로 다루는 학자들도 아직 어느 정도는 운에 맡기는 수준”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색의 미묘한 차이는 사소한 것 같아도 순수하고 온전한 색은 그만의 가치가 있다”며 “아무리 이론을 대입해도 운이 따라야 하는 분야라 살아있는 동안 완벽한 빨간색을 못 볼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