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 그간 호흡기 질환의 원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호흡기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들은 미세먼지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생각하게 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연구팀이 2018년 낸 조사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 당 10㎍ 증가하면 파킨슨병으로 입원할 위험이 1.6배나 올라간다는 사실을 환자 추적조사 과정에서 알아냈다.

또한 서울에서 2003∼2013년 사이 우울증,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사례 8만634건을 조사한 연구팀은 초미세먼지(PM2.5) 노출과 뚜렷한 연관성을 알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틀 평균 10㎍/㎥ 증가하면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입원은 0.8% 늘었다.

미세먼지가 우울증을 심하게 하고 파킨슨병까지 악화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pixabay>

영국 정신의학 전문가 팀은 2020년 낸 논문에서 대기오염이 심각하면 정신질환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2008~2012년 유럽 정신질환 병력자 약 1만3800명을 추적조사해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 이 연구는 대기오염이 단순하게 질병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발하게 하거나 악화한다고 지적했다.

환경과 역학 데이터를 통합한 2025년 일본 연구에서는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은 집단에서 우울증, 불안, 조현병 등 주요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장기간 노출될수록 미세먼지가 정신건강에 주는 악영향이 커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황사와 오염물질이 대기를 채우는 봄은 호흡기는 물론 정신건강도 걱정해야 하는 계절이다. <사진=pixabay>

미세먼지가 사람의 기분을 바꾸고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뇌 수준의 변화가 꼽혔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폐로 들어가 혈류를 통해 뇌까지 이동하며, 뇌에서 신경염증 같은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고 봤다. 이 과정이 우울감, 불안을 심화하고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설명이다.

봄철이 특히 위험한 이유도 알아놓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봄철에는 대기가 정체하면서 황사와 배기가스 등 오염물질이 공기중에 오래 머무른다. 즉 봄은 단순히 목이 칼칼한 계절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 취약한 시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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