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은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지구에 남은 동료들은 그가 죽었다고 단념하지만, 극적으로 생존한 와트니는 나름대로 화성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남은 식량과 과학 지식을 활용한 와트니는 천신만고 끝에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기에 이른다.

리들리 스콧(88) 감독의 영화 '마션'은 화성에서도 농사가 가능하다는 강렬한 상상을 관객에 던졌다. 하지만 과학은 이 질문에 훨씬 복잡한 답을 내놓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미션이 한창인 지금, 화성은 달 바로 다음 인류가 본격 탐사할 천체인 점에서 식량 자급자족은 커다란 관심사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교 연구팀은 2014년 논문 '화성과 달에서 식물이 자랄까(Can Plants Grow on Mars and the Moon)'에서 실험을 통한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척박한 화성 레골리스를 본뜬 흙에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는데, 토마토와 밀, 유채 등의 싹이 텄다.

화성에 홀로 남은 마크 와트니는 온갖 노력 끝에 감자를 재배한 뒤 눈물을 글썽인다. <사진=영화 '마션' 스틸>

일부 식물은 꽃을 피우고 씨앗까지 생성해 연구팀은 이론적으로 화성 토양에서 식물 재배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연구팀은 저기압이나 우주 방사선 등 실제 환경을 실험에 반영하지 않았고 토양도 화성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아 가능성만 확인한 점을 인정했다.

화성의 토양을 보다 실제처럼 가공한 실험에서도 식량 생산 가능성은 떠올랐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 연구팀이 2022년 낸 '화성에서 농사(Farming on Mars)' 보고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시도해 관심을 모았다.

화성 토양은 염분과 영양분이 부족해 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연구팀은 화성 토양의 모사물에 다년초 허브인 알팔파를 활용한 유기농 비료를 뿌렸다. 물에서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를 활용, 염분 조건도 얼추 맞췄다. 그 결과, 무와 순무, 상추 등 식용 작물 재배가 가능했다.

있는 그대로의 화성은 지구에서 자라는 식물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환경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독일 브레멘대학교 연구팀은 이달 초 국제 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낸 실험 보고서에서 화성의 토양과 유사한 물질, 미생물만으로 식용 식물을 재배했다고 전했다.

역시 시아노박테리아에 주목한 연구팀은 화성 대기에 풍부한 이산화탄소가 영양 공급원이 될 가능성을 떠올렸다. 화성 토양을 모방한 인공 소재를 만들고 시아노박테리아를 배양하는 과정에 일반 비료, 먹을 수 있는 식물, 메탄가스를 각각 적용해 박테리아의 성장 정도를 살폈다.

그 결과, 작물이 자라는 환경은 35℃로 맞추고, 암모니아 형태의 질소 비료가 필수라는 점을 알아냈다. 이를 통해 있는 식용 식물 재배가 가능했는데, 부산물로 발생하는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연구팀은 점쳤다.

과학자들은 화성에서 식물 재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지구를 본뜬 특수 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영화 '마션' 스틸>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데 현실적인 문제는 더 있다. 화성은 받는 태양광이 지구의 약 40% 수준이라 평균 기온이 약 -60℃다. 대기압은 지구의 1% 수준이고 대기가 아주 얇아 강한 우주 방사선이 그대로 내리쬔다. 당연히 여기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에서는 식물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이 보는 필수 조건은 밀폐된 온실과 물·영양분의 순환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화성에서 식물의 재배를 통한 자급자족은 가능하지만, 지구 환경을 그대로 복제하는 점에서 농사라기보다는 인공 생태계 공학에 가깝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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