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반응을 조사함으로써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를 진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병증 파악은 물론 진단 자체가 까다로운 어린이 정신장애를 조기 판단할 길이 열릴 수 있어 관심이 쏠렸다.

플린더스대학교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등 호주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 인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Neuroscience)’에 낸 논문에서 안구 안쪽 망막의 전기적 반응 조사 과정에서 ASD  등 정신질환 특유의 신호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망막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가 일부 발달 장애를 진단하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염두에 두고 실험을 기획했다. 결과적으로 진단이 어려운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와 ASD 포착이 가능했다.

ADHD는 주의산만과 충동적, 침착성 결여가 주요 특징이다. 발병 비율은 전 세계 학령기 어린이의 37% 정도로 추정된다.

어린이의 망막 전기신호를 파악, 정신 병증의 유무를 확인하는 진단법이 개발될지 모른다. <사진=pixabay>

심각한 부적응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발달장애 ASD는 소통 능력 결여가 가장 큰 특징이다. 특정 사물에 대한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전체 인구의 1% 비율로 존재하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ADHD와 ASD는 모두 발달장애의 일종으로 유전적 요인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증상이 나타나는 유형은 개인차가 있으며, 방치하면 성인에 이르러 깊은 마음의 병을 갖게 돼 문제가 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ADHD나 ASD는 어린 시절 진단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비슷해 명확하게 판명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간편하고 확실하게 각 질환을 진단하는 방법을 고안해 왔다.

연구팀은 어린이 총 226명(ADHD 15명‧ASD 55명, 일반 156명)명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섰다. 망막에  해롭지 않은 강한 빛을 쪼여 전위 변화를 기록하고 그 파형에서 망막 움직임을 체크하는 망막전도(ERG) 계측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일반 어린이와 비교해 ADHD를 가진 경우 빛에 대한 망막세포의 전기적 반응이 컸다. 반대로 ASD를 가진 어린이는 반응이 덜했다.

문진만으로 아이의 ADHD나 ASD 등을 잡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인간의 망막 신호는 특정 신경에 의해 발생한다”며 “그런 차이를 찾아내 뇌에서도 사용되는 각종 화학신호 경로를 알아내면 ADHD나 ASD 등 발달장애의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선 예비 증거일 뿐이지만 발달이 정상적인 아이와 ADHD·ASD를 가진 어린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며 “그 외의 다른 질병을 효과적으로 진단할 가능성 역시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눈으로 뇌를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망막 신호의 이상으로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적어도 그 가능성은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험 관계자는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옛말이 괜한 것은 아니었다”며 “사람의 눈은 우주를 보는 것과 같다. 눈은 모든 것을 담은 정보의 창으로, 미래에는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진단에도 응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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