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 미션을 계기로 지구의 위성 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사람이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지구 외 천체 달은 전부터 인류의 이주 가능성이 점쳐졌다. 각국의 달 탐사가 활발한 지금, 인류의 이주를 위해 가장 필요한 물이 과연 어디 존재하는지 시선이 모였다.
달에 물이 있을 가능성은 오래전 제기됐다. 달은 대기가 희박하고 자기장이 거의 없어 태양빛과 열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낮 동안 표면온도는 120℃를 넘어 액체인 물은 순식간에 증발하고 만다. 때문에 학자들은 달의 물 대부분이 햇빛이 닿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에 있다고 봤다.
가설을 입증한 것은 1998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달 지형 조사선 루나 프로스펙터다. 이 탐사선은 달의 극지방 영구음영지대의 크레이터 일부에 얼어붙은 물이 존재할 증거를 찾았다.
NASA는 2009년 달 정찰 위성(LRO) 및 엘크로스(LCROSS) 탐사선을 발사해 구체적인 물 흔적을 찾아냈다. 두 탐사선은 달 남쪽 분화구 카베우스의 얼음 성분을 각기 다른 관측장비로 검출했다.
지금은 퇴역한 NASA의 ‘하늘을 나는 천문대’ 소피아(SOFIA)는 2020년 적외선 관측장비로 달의 클라비우스 크레이터에서 물분자를 최초로 파악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가 포함된 연구팀은 2021년 네이처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달 극지방은 평지에도 최대 수 ㎞ 규모의 콜드 트랩(수십억 년간 태양빛이 닿지 않은 얼음지대)이 깔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대학우주연구협회(USRA) 윌리엄 리치 박사는 분광기를 이용한 달 관측 보고서를 2023년 내고 태양이 비치는 지역도 토양 속 물 분자가 검출된 만큼, 달의 물은 극지뿐 아니라 전역에 희박하게 분포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들이 달에 물이 있을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정확히 어디 분포하는지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 달 탐사에 막대한 물자와 시간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물 확보가 가능한 후보 지역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달 남극 인근의 하워스 분화구를 유력한 물 저장고로 본 최근 연구는 그래서 관심을 모았다. 미국과 이스라엘 공동 연구팀은 이달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달의 물은 어둡고 오래된 분화구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역설했다. 특히 남극 부근의 하워스 분화구를 특정했다.
연구팀은 NASA의 지원을 받아 30억 년 이상에 걸친 달의 역사를 들여다본 탐사선 자료를 교차 분석했다. 특히 LRO에 탑재된 온도 측정기 디바이너(Diviner)의 달 표면 온도 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분화구 모양과 일조량, 온도변화를 추정했다.
여기서 연구팀이 핵심 변수로 고려한 것이 달의 기울기 변화다. 달의 자전축 기울기는 아주 예전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 현재의 1.5˚에 이르렀다. 즉, 현재 영구음영지대의 크레이터도 과거에는 태양빛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전제로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실시, 콜드 트랩 목록을 도출하고 LRO의 수소분자 검출기 LAMP가 검출한 데이터와 다시 대조했다. 그 결과, 하워스 크레이터와 같이 가장 오래 그늘에 머문 분화구일수록 얼음이 많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번 발견은 혜성이나 천체의 달 충돌이 대량의 물을 만들었다는 기존 가설에 반한다. 만약 이 가설이 맞는다면, 달의 영구음영지역에 얼음이 균등하게 분포해야 한다.
참고로, 달에 물이 발생한 가설은 거대 혜성의 충돌설 말고도 여럿 있다. 화산활동이 대표적이다. 아주 오래전, 달이 화산활동을 하던 시기 내부에 포함된 물이 지표로 운반됐을 가능성이다. 태양에서 끊임없이 방출되는 수소 이온의 흐름이 직접 달 표면에 내리쬐어 산소와 반응, 물로 변환됐다고 보는 태양풍 견해도 있다.
달의 물을 인류가 개발할 수 있다면 탐사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달의 얼음은 우주비행사의 음료수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로켓 연료와 산화제로 활용 가능하다. 지구에서 대량의 물을 운반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달에서 물을 조달하는 것만으로 미래의 심우주 탐사가 어떻게 변화할지 대충 상상이 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