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잠이 들려는 순간, 다리가 움찔하거나 몸 전체가 크게 경련하며 놀라 깨는 경험은 누구나 한다. 어떤 사람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거나 계단을 헛디딘 느낌을 받는다.
흥미롭게도 이 현상은 전 세계 성인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생리현상이다. 의학에서는 이를 입면기 경련(hypnic jerk) 또는 수면 놀람증(sleep start)'이라고 부른다. 수면 직전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아주 흥미로운 착각이 원인이다.
입면기 경련은 잠에서 깨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상태에서 잠으로 넘어가는 순간 발생한다. 미국수면의학회(AASM) 등 여러 수면의학 전문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약 60~70%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며, 일부 조사에서는 80% 가까운 사람이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팔이나 다리만 움찔하는 경우도 있고, 몸 전체가 크게 들썩이며 잠에서 깨기도 한다. 대부분 수초 안에 끝나며 건강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뇌는 왜 갑자기 몸을 깨울까.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뇌의 오인이다. 사람이 잠들기 시작하면 심장박동은 느려지고 호흡은 깊어지며 근육은 빠르게 이완된다. 이 과정에서 뇌간의 각성 시스템과 수면 시스템이 교대하는데, 일부 신경회로가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몸이 갑자기 쓰러지고 있다'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이때 뇌는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근육 전체에 강한 전기 신호를 보내 몸을 순간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영국의 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 역시 저서에서 이러한 현상을 수면과 각성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신경학적 현상으로 설명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사람이 몸이 움찔하는 순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함께 경험한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의 수면학자들은 근육이 갑자기 수축하는 신호를 뇌가 꿈속 이야기로 해석하면서 절벽이나 계단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실제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을 꿈이 뒤늦게 설명하는 셈이다.
입면기 경련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카페인 과다 섭취 ▲늦은 밤 격렬한 운동 ▲불규칙한 수면 습관이 원인으로 추측됐다. 학자들은 특히 만성적인 피로 상태에서는 뇌가 각성 상태를 쉽게 놓지 못해 입면기 경련이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입면기 경련 자체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아니다. 오히려 매우 흔한 정상 생리현상으로 분류된다. 다만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거나 의식을 잃는 증상이 동반되거나, 잠든 뒤에도 반복적인 경련이 이어진다면 수면장애나 신경계 질환과 감별이 필요할 수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