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가오리가 등에 가짜 눈 무늬를 달고 다니는 이유가 학자들의 노력으로 밝혀졌다. 천적의 공격을 방어할 마땅한 기능이 없는 종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형태의 눈 무늬를 가졌다는 사실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수생생물 연구팀은 이달 24일 발간된 국제 학술지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냈다.

세계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오리가 존재하며, 일부 종의 등에는 눈알처럼 둥근 무늬가 두 개 생성된다. 그 정확한 용도를 알아보기 위해 580종 넘는 가오리를 관찰조사한 연구팀은 독이나 전기를 갖지 않은 소형종이 주로 이 무늬에 의존한다고 결론 내렸다.

나비의 날개나 공작의 꼬리깃에는 눈알과 비슷한 둥근 무늬가 있어 적의 공격을 완화한다. 대부분 중앙에 검은 점이 자리하고, 그 주변에 동심원 형태의 고리가 겹친 구조로, 포식자에게 '내가 노려보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나비와 가오리가 가진 눈알 무늬의 패턴 <사진=스톡홀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가오리 역시 같은 목적으로 추측되는 무늬를 갖도록 수렴진화한 것으로 학자들은 여겨왔다. 다만 가오리의 경우 일부 종만 무늬가 있어 정확한 용도는 불명확했다.

연구팀은 알려진 가오리 전체 종의 90% 이상에 해당하는 580종을 대상으로, 눈알 무늬의 유무와 종류, 독가시 유무, 전기기관 유무, 덩치와 서식하는 수심 등 다양한 정보를 대조했다.

애나 크리스티나 고메즈 연구원은 "강력한 무기가 있는 종은 눈 모양 무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가오리는 상어, 해양 포유류, 대형 어류 등 많은 포식자가 노리기 때문에 각 방어 수단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랑가오리류는 천적의 몸에 독을 주입할 수 있는 침을 가졌다. 독침을 만지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전기기관은 근육 조직이 변형된 것으로, 포식자를 감전시켜 물리친다. 아울러 해저 모래에 숨어 은신하는 종도 있다.

선명한 눈알 무늬는 독침 같은 무기가 없거나 크기가 작은 종, 밝고 얕은 해역에 사는 종들이 갖는 최후의 방어 무기로 추측됐다. <사진=스톡홀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애나 연구원은" 조사 결과, 독가시나 전기기관 등 강력한 방어 수단을 가진 종은 눈에 띄는 무늬가 거의 없었다"며 "강력한 기계적·전기적·화학적 무기가 있다면 시각적인 경고 신호를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독가시나 전기기관이 없으면서 수심 200m 이하의 밝고 얕은 해역에 서식하는 작은 종은 눈 모양 무늬가 잘 발달했다"며 "시각 신호가 작동하려면 충분한 빛이 필요하고, 어두운 심해에서는 무늬가 있어도 포식자가 식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것은 눈 모양 무늬의 진화 과정이다. 조사 결과, 눈 모양 무늬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먼저 굵은 반점 등 단순한 무늬가 생기고, 오랜 시간에 걸쳐 동심원 형태로 구체화하는 것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또한 심해에 서식하는 종은 눈에 띄는 무늬가 진화 과정에서 점점 희미해진 것도 파악됐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깊고 어두운 바다에서는 아무리 선명한 무늬라도 포식자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나 연구원은 "눈알 무늬가 생기고 고도화하며, 때로는 사라지는 것은 가오리만의 생존 전략"이라며 "동물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고 있음을 이번 연구가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