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에 접한 이집트 고대도시의 지하에 2600년간 잠든 수수께끼의 구조물이 파악됐다. 깊이 3~6m 지하에 광범위하게 자리한 이 구조물은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의 레이더까지 동원해 잡아냈다.

이집트 카프렐셰이크대학교 무함마드 아부아랍 박사 연구팀은 국제 지질학술지 Acta Geophysica 3월 호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위성 레이더와 지하 스캔 기술을 결합해 발굴한 고대 이집트 구조물을 소개했다.

발굴이 이뤄진 곳은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 북부 고대도시 부토다. 기원전 3800년경 선왕조 시대부터 7세기 초기 이슬람 시대까지 약 5000년간 사용된 도시 부토의 현재 지명은 텔 엘 팔라인이다. 도시는 건설과 파괴, 재건을 반복하며 그때마다 새로운 건물이 오래된 건물 위에 쌓였다.

이집트 고대도시 부토의 지도상 위치 <사진=카프렐셰이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아부아랍 박사는 “부토의 지표면 아래에는 시대에 따라 여러 층이 겹쳐 있고, 각각 당시의 생활과 문화를 품었다”며 “가장 오래된 층은 후대의 폐허와 두꺼운 진흙 퇴적물에 덮여 지하 깊숙이 가라앉아 조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일강 삼각주는 지하 깊게 파고들수록 물이 솟아난다. 수많은 잔해, 지하수와 싸우며 발굴을 진행하는 것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유구 자체를 훼손할 수도 있어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땅을 파기 전 지하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위성 레이더(SAR)와 전기 저항 단층 촬영(ERT)을 결합한 새로운 탐사 방법을 시도했다. 먼저 유럽우주국(ESA)의 협조를 얻어 센티넬 1호(Sentinel-1) 위성의 레이더 자료를 입수했다.

ESA가 운용하는 지구 탐사 위성 센티넬 1호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이 위성은 마이크로파를 지표면에 쏘고, 반사되는 전파의 패턴을 분석해 지하 구조물의 단서를 우주에서 검출한다. 구름의 유무나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가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 위성이 2018년 5월 5일 촬영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아부아랍 박사는 “건조한 수확기 토양은 전파가 잘 통과하고, 지하의 상황이 드러나기 쉬운 조건”이라며 “센티넬 1호 위성은 128×62m에 이르는 타원형 물체를 검출했고, 이를 다시 ERT로 분석, 지하에 잠든 2600년 전의 거대한 구조물을 특정했다”고 전했다.

ERT란 지면에 전극을 꽂아 전류를 흘리고 지하의 물질이 전기를 얼마나 통과시키는지, 또는 저항하는지 차이를 매핑해 3차원 영상을 생성한다. 골절 진단에 사용하는 CT 스캔과 비슷한 원리다. 햇볕에 말린 벽돌이나 모래, 암반 등 소재에 따라 전기가 통하는 정도가 달라 땅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 굴착 전에 파악할 수 있다.

센티넬 1호가 파악한 구조물의 지표면에 전극을 설치하고 ERT 스캔한 결과물 <사진=카프렐셰이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ERT 스캔 결과, 지표에서 깊이 3m 범위에는 로마와 프톨레마이오스왕조 시대의 도자기 파편, 석회암 잔해가 혼재돼 있었다. 깊이 3~6m 범위에 들어가자 정보는 완전히 달라졌다. 주변 흙과 전도 수준이 명확히 다른, 윤곽이 뚜렷한 구조물 반응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구조물이 지금으로부터 약 2600년 전인 고대 이집트 제26왕조의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규모는 약 20×25m에 이르며, 그 아래에는 의도적으로 깐 것으로 보이는 모래층도 확인됐다. 고대 이집트인은 종교시설 등 중요한 건축물의 기초에 모래를 사용했다.

ERT 스캔으로 구조물의 위치를 좁힌 팀은 그 좌표를 바탕으로 10×10m 규모로 굴착에 나섰다. 땅을 파자 예상한 좌표에서 햇볕에 말린 벽돌 벽이 드러났다. 이시스와 호루스, 타웨레트, 베스 등 이집트 신을 본뜬 부적이 여럿 나왔다. 부토의 수호신으로 오래전부터 숭배된 바제트 형상의 부적도 출토됐다.

구조물의 형태 일부와 2600년간 잠들었던 다양한 유물들 <사진=카프렐셰이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집트 최강의 정복자 투트모세 3세의 이름을 새긴 유물도 나온 점에서 구조물은 무덤이나 종교시설, 신전일 가능성을 점쳤다. 첨단 장비를 이용, 불필요한 굴착을 줄여 고고학적 발굴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점에도 연구팀은 중점을 뒀다.

아부아랍 박사는 “주목할 점은 어디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 굴착 전에 파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기존의 고고학에서는 무엇이 묻혔는지 모른 채 광범위하게 발굴하는 경우가 많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었고 유구가 파손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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