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데 인기척을 느끼거나, 처음 겪는 일을 이미 경험한 듯 데자뷔에 빠지는 등 비일상적 경험이 일반인에게 상당히 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 경험은 정신질환의 증상으로도 분류되지만, 경험 자체만으로 병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브라질 D’Or 연구교육연구소(IDOR) 로널드 피셔 박사 연구팀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비일상적 경험의 빈도와 조사 방식의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사이콜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감정과 인지, 감각, 자아 인식 등에 걸친 31가지 경험을 조사했다. 비일상적 경험에는 데자뷔와 자각몽을 비롯해 누군가가 만지는 듯한 느낌, 보이지 않는 존재나 힘의 기척, 유체이탈, 환각과 비슷한 감각이 포함됐다. 연구팀이 1만1628명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데자뷔와 유난히 강렬한 사랑·연민의 경험은 70% 이상으로 특히 흔했다.
상대적으로 드문 현상도 예상보다 적지 않았다. 물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 느낀 경험은 약 18%로 추산됐고, 유체이탈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을 보는 경험 역시 조사 대상의 13% 이상에서 보고됐다. 누군가 자신을 만졌다고 느끼거나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감지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폴터가이스트 등 모두 초자연 현상으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조사 방법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같은 경험을 묻더라도 설문을 정신건강 검사라는 맥락에서 제시하면 경험했다고 답하는 비율이 유의하게 낮아졌다. 있다와 없다 두 가지로만 답하게 한 경우에도 여러 단계로 빈도를 묻게 했을 때보다 보고율이 떨어졌다.
이 점에서 연구팀은 정신질환과 연관된다는 인식이나 사회적 낙인이 응답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일부 조사에서는 참가자의 97.6~99.5%가 평생 적어도 한 가지 비일상적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이런 현상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반드시 드물어서라기보다 일상적인 설명의 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 추측이다.
다만 연구팀은 환각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의 기척 같은 초자연적 경험이 항상 정상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정 현상이 정신건강 문제인지 판단하려면 경험 자체뿐 아니라 빈도와 고통 정도, 건강 상태,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번 조사는 특정 경험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를 판별하기 위한 조사도 아니라고 연구팀은 선을 그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