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든 사람이든, 심지어 메신저 속 이모티콘까지. 동물의 배설물 똥은 모양은 조금씩 달라도 아래는 넓고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가 유난히 많다. 많은 사람이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형태라고 생각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전혀 다른 답을 내놨다. 범인은 생물이 아니라 중력이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유럽 해안에 사는 갯지렁이의 일종인 라그웜(Lugworm, 갯지렁이)의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배설물의 모양은 근육의 힘이 아니라 중력과 탄성체의 물리 법칙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달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먼저 소개됐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똥 모양의 연구는 프랑스 해변이 출발점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의 다니엘 본 박사는 산책 도중 백사장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소용돌이 모양의 모래더미를 발견했다. 이는 라그웜이 배설한 흔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동물이 아래 방향으로 배설하는 반면, 라그웜은 꼬리를 모래 밖으로 내밀어 위쪽으로 배설한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생물의 근육이 배설물의 형태를 만든다면 아래와 위로 배설하는 두 경우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놀랍게도 실험 결과는 달랐다. 다니엘 본 박사 연구팀은 라그웜의 배설물을 채취한 뒤 완두콩 반죽을 이용해 같은 조건을 재현했다. 배설 속도와 압력, 낙하 거리 등을 바꿔가며 실험한 결과, 근육의 힘은 최종 모양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배설물이 나선형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은 탄성 로프의 나선 이론(elastic rope coiling theory)으로 설명됐다. 밧줄이나 국수, 치약, 꿀처럼 길고 탄성이 있는 물질이 떨어질 때 자연스럽게 소용돌이를 만드는 현상과 같은 원리다.
다니엘 본 박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똥의 형태는 중력장 안에서 탄성체가 나선형으로 쌓이는 물리 법칙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흔히 보는 배설물의 모양은 생물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며 "지구의 중력이 수많은 생명체에서 공통적으로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