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미스터리 중 하나다. 인간이 아닌 형상을 본다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떨어지는 물건 등 초자연현상을 과학으로 입증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초저주파음은 많은 학자들이 귀신의 정체로 지목해 왔으며, 최근 이 가설을 뒷받침할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됐다.
캐나다 맥이완대학교 심리학자 로드니 슈말츠 교수 연구팀은 초저주파 불가청음(infrasound)이 귀신의 정체일 것이라는 선행연구들과 일맥상통하는 실험 보고서를 지난달 27일 냈다.
오래된 건물에서 느껴지는 근거 없는 불안과 초조함, 등골을 타고 흐르는 한기는 낡은 배관과 환기구에서 발생하는 초저주파음 탓이라는 견해는 오래됐다. 연구팀은 이런 환경을 임의로 조성하고 피실험자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학부생 36명(남성 9명, 여성 27명, 평균 연령 23세)을 모은 연구팀은 각각 개인실에 안내하고 차분한 음악 또는 불안을 자극하는 음악 중 하나를 약 5분간 듣게 했다. 피실험자 약 절반은 연구팀이 몰래 설치한 서브우퍼를 통해 75~78dB(데시벨) 강도의 초저주파음(18Hz)을 음악과 동시에 접했다. 이는 오래된 환기 시스템이나 난방기기가 내는 초저주파음과 비슷한 강도다.
아무것도 모른 채 초저주파음을 들은 피실험자들은 묘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일부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의 수치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귀신의 기운이라고 결론 내렸다.
로드니 슈말츠 교수는 "소리에는 주파수라는 파장의 세밀함을 나타내는 단위가 있다"며 "우리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범위는 대략 20~2만Hz(헤르츠)이고, 그보다 낮은 20Hz 이하의 음역을 초저주파음이라 칭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저주파음은 공기의 진동으로 벽이나 장애물을 통과해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친다"며 "세계 각지의 유명한 고스트 스폿 대부분 오래됐고, 낡은 배관이나 기계류가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답하는 설문에도 참여했다. 음악을 듣기 직전과 시작 후 20분 시점에서 각각 한 번씩 침도 채취했다. 침에 포함된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분비량이 증가하는 호르몬이다. 초저주파음에 노출된 이들은 짜증, 공포와 같은 감정과 별개로 코르티솔 분비가 늘었다.
이번 실험은 인프라사운드가 유령 소동과 관련됐다는 선행연구들과 일치했다. 이러한 연구의 시초는 196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됐고, 1998년 영국 의료기기 제작사 직원 빅 탠디가 1998년 낸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인프라사운드가 유명해졌다.
빅 탠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보이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린다는 동료들 이야기에 주목했다. 원인 조사에 나선 그는 실험실에 설치된 환기용 팬이 18.9Hz의 초저주파음을 내는 것을 밝혀냈다. 팬을 멈추자, 시야에 보이던 그림자는 사라졌고, 동료들이 호소하던 섬뜩한 기분도 나아졌다. 빅 탠디는 초저주파음과 귀신 체험의 관계를 입증한 첫 연구자로 기록됐다.
슈말츠 교수는 "제브라피시에 15Hz 초저주파음을 틀면 명확한 회피 행동을 보였다"며 "제브라피시는 신경과학 연구에서 널리 활용되는 생물이다. 어류는 내이의 이석 기관으로 초저주파음을 감지하는데, 인간의 내이에도 동일한 구조가 남아 무의식 중에 초저주파음을 감지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교수는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의 전조로 발생하는 초저주파음에 대한 생물학적 경계 반응도 같은 현상"이라며 "인프라사운드가 유발하는 '뭔가 이상하다'는 감각은 살아남기 위해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