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정말 달에 상주 기지를 세울 수 있을까. 우주개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이 질문이 “가능하냐”보다는 “언제, 어떤 형태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개발 업체들까지 달 남극을 중심으로 한 장기 거주 계획을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계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21세기 중에 달 전진기지 건설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본다. 숫자로 환산하면 60~80%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단, 이는 관광용 도시가 아니라 소규모 연구·보급 거점 개념에 가깝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아폴로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는 NASA다. 이미 2020년 달 남극에 장기 체류 가능한 아르테미스 베이스 캠프(Artemis base camp) 구축을 공식화했다. NASA는 우주비행사가 최대 두 달 체류할 수 있는 거주 모듈과 이동형 탐사차, 자원 채굴 체계 등을 구상 중이다.
NASA가 달 남극에 주목하는 이유는 얼음 형태의 물이다. 달은 건조하고 날카로운 암석 부스러기로 뒤덮인 천체인데, 햇빛이 영구적으로 닿지 않는 남극 크레이터 내부에는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여러 탐사로 확인됐다.
실제로 NASA의 달 정찰 위성(LRO) 운용팀은 2024년 분석 자료를 내고 달 남극의 영구음영지역에 광범위한 얼음 퇴적층 흔적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운용팀은 이 얼음을 식수뿐 아니라 산소와 수소연료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가 찬드라얀 2호의 달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달 남극 지하에 얼음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처럼 월면기지 건설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재료의 현지 조달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구에서 물과 산소, 연료, 건설자재를 모두 실어 나르는 탓에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달의 얼음을 활용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ESA가 2016년 제시한 문 빌리지(Moon Village) 구상 역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ESA는 달 기지를 단일 국가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제 협력형 거주 거점으로 추진한다. 과학 연구뿐 아니라 자원 활용, 관광, 심우주 탐사의 중계기지 역할이 가능한 기지를 세우는 것이 목표다.
ESA의 전 국장 얀 뵈르너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문 빌리지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제 공동체의 개방형 구조”라며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처럼 여러 국가가 공동 운영하는 형태를 염두에 둔 우주개발의 전진기지”라고 언급했다.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3D 프린팅 기술이다. 과학자들은 달 표면의 암석 부스러기, 즉 레골리스를 이용해 건축 자재를 만드는 실험을 부단하게 이어왔다.
ESA는 2024년 45억 년 전 운석을 이용한 레고 블록을 소개했다. 달 전진기지의 자재로 이용될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데디 나바반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9월 실험 보고서를 내고 화성의 모의 토양을 가열해 금속을 만들어내는 실험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련의 성과는 지구에서 건축 자재를 대량 수송하지 않고도 달이나 화성에 기지를 짓는 미래를 앞당겼다.
에너지 문제 역시 해결 가능성이 거론된다. 달 남극 일부 지역은 거의 항상 햇빛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는 빛과 물, 고도가 모두 확보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기지 후보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NASA는 킬로파워(Kilopower)로 명명된 원자로 실험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는 수년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소형 핵발전 시스템이다. ESA 역시 달 기지의 유력 전력원으로 원자로를 검토하고 있다.
물론 걸림돌도 적지 않다. 달은 대기가 거의 없어 우주방사선과 미세운석 충돌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극심한 온도 변화도 문제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달의 지표면 온도는 낮에 100℃가 넘고 밤에는 영하 17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대한 대책은 학자들이 연구 중이다. 지난해 발표된 ‘아르테미스 시대의 달 기지에 대한 미세운석 충돌 확률 분석(Micrometeoroid Impact Rate Analysis for an Artemis-Era Lunar Base)’ 보고서는 현대식 차폐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대부분의 운석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결국 현재의 흐름은 달 기지 건설이 더 이상 SF 영화의 한 장면 아니라 일정과 비용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달 남극 어딘가에 소규모 전진기지를 세우는 장면은, 생각보다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