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을 뒤덮은 거대한 구름의 미스터리가 풀릴지 모르겠다. 금성에서는 2016년 폭이 6000㎞에 달하는 거대한 구름 띠가 관측됐는데, 10년에 걸친 끈질긴 분석 끝에 정체가 일부 해명됐다.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11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가 2016년 잡아낸 두꺼운 구름 띠는 지구상에서도 관찰되는 하이드롤릭 점프(hydraulic jump)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금성에 도착한 아카츠키 탐사선은 2016년 폭 6000㎞에 달하는 거대한 구름 띠가 금성의 하늘을 5일에 걸쳐 회전하는 신비한 현상을 포착했다. 남미 대륙의 남북 직선거리에 버금가는 두꺼운 구름띠의 정체를 해명하려 많은 학자들이 나섰지만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다.

최신 수치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분석을 실시한 도쿄대 연구팀은 금성 대기의 흐름이 급격히 변하면서 강력한 상승기류가 발생, 황산 구름을 한 번에 밀어 올렸다고 결론 내렸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아카츠키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 <사진=JAXA 공식 홈페이지>

도쿄대 이마무라 타케시 교수는 "밤하늘을 밝히는 금성은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 두꺼운 대기의 온실효과로 낮과 밤, 장소를 가리지 않고 표면 온도가 467℃까지 펄펄 끓는다"며 "아카츠키의 근적외선 카메라 IR2가 2016년 8월 18일과 8월 27일 촬영한 야간 구름은 금성 대기가 자전 속도의 60배로 회전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미스터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금성의 대기가 얼마나 특이한지 알아야 한다. 금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주성분이며, 그 안에는 고도 50~70㎞에 걸쳐 3층 구조의 구름이 존재한다. 이 구름들은 황산 입자로 이뤄지는데, 내리쬐는 햇빛의 약 80%를 우주 공간으로 반사해 금성의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금성의 구름에서는 초회전(super rotation) 현상이 일어난다. 금성 자체가 한 번 자전하는 데 약 243일이 걸리는 반면, 대기는 겨우 4~5일 만에 행성을 한 바퀴 돈다. 자전 속도의 약 60배에 달하는 초회전은 화성과 토성 위성 타이탄, 심지어 지구 상층 대기에서도 확인되지만 금성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아카츠키가 2010년 8월 18일과 8월 27일 촬영한 금성 대기의 거대한 구름 띠 <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마무라 교수는 "아카츠키가 발견한 거대한 구름 띠는 초회전하는 대기 속을 움직이고 있었다"며 "대기의 흐름이 급변해 거대한 상승 기류가 생기는 원리인데, 지구 기상 시뮬레이션 수치 모델 크레스(CReSS)를 금성용으로 변형하고, 이 현상의 재현하자 하이드롤릭 점프 현상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하이드롤릭 점프는 주방 싱크대에서 일상적으로 관찰된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은 싱크대 바닥면에 닿아 바깥쪽으로 얇고 빠르게 퍼지다 어느 순간 두꺼워지며 느려진다. 이 급격한 변화가 바로 하이드롤릭 점프다. 강물의 흐름이 장애물에 부딪힐 때, 갑자기 수면이 불어 수위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때 인명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이마무라 교수는 "금성은 하층에서 중층 구름 사이를 동쪽으로 이동하는 켈빈파가 대기 파동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며"켈빈파는 적도를 따라 전파하는 대규모 대기 파동으로, 지구의 경우 엘니뇨 현상과 관련됐다고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하이드롤릭 점프를 잘 보여주는 싱크대 사진. 물이 수도꼭지에서 떨어져 닿는 바닥면은 유속이 빠르다가 일정 구간에서 수면이 두꺼워지며 유속이 느려진다. <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교수는 "금성에서는 켈빈파가 불안정해져 대기의 흐름이 급격히 느려지는 지점에서 강력한 상승 기류가 발생한다"며 "그러면 구름의 하층에 모인 고농도 황산 증기가 상공으로 밀려 올라가 응결하면서 구름 띠가 형성된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전선 부근에서 공기가 3㎞까지 상승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하이드롤릭 점프가 금성 고유의 초회전을 유지하는 힘이라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초회전의 원인으로 별도의 대기 파동이 주목을 받았지만, 켈빈파가 하이드롤릭 점프를 통해 대기를 서쪽으로 밀어낼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금성 대기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하이드롤릭 점프가 향후 더 힘을 받게 됐다고 연구팀은 의미를 부여했다.

금성 대기의 명확한 연구를 위해서는 방대한 대기 흐름을 적용한 포괄적 기후 모델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의 수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어려운 실정이며 이번처럼 대규모 하이드롤릭 점프가 행성 대기에서 확인된 것도 처음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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