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한 육식공룡의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훨씬 짧은 이유가 해명될지 주목됐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짧고 약한 앞다리의 수수께끼는 학계의 100년 넘는 논쟁거리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고생물학 연구팀이 20일 낸 조사 보고서 ‘티렉스와 같은 육식공룡이 짧은 다리를 진화한 이유(Why meat-eating dinosaurs like T.rex evolved tiny arms)’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리와 두개골의 관계에 집중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리 길이는 성체를 기준으로 1m가 채 되지 않는다. 뒷다리 길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성체의 키가 대략 12m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짧고, 육중한 몸집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학자들은 구애 활동 등 다양한 설을 제기했으나 정식으로 인정받은 학설은 여태 없다.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육식공룡 중에 앞다리가 작은 종이 많은 점에 주목했다. 공룡 총 85종을 분석한 연구팀은 육식공룡의 앞다리가 작아진 것은 두개골이 계속 커지면서 자원을 소비한 대가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UCL 박사과정 찰리 로저 셰러 연구원은 “두개골 구조가 매우 견고한 공룡은 앞다리가 작아질 확률이 높았다”며 “공룡의 체중이 1t이든 10t이든 두개골이 튼튼하면 앞다리는 비교적 작은 경향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화는 원래 한쪽이 다른 쪽보다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다”며 “티라노사우루스는 큰 먹이를 단숨에 제압하기 위해 날카로운 이빨이 배열된 머리를 활용하려 했고, 여기에 에너지를 쓰면서 활용도가 낮은 앞다리는 더욱 작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식공룡의 앞다리 축소와 두개골 확대가 연관됐을 가능성은 선행연구에서도 지적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육식과 초식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룡을 조사, 이 경향을 확인한 점에 의미가 있다. 공룡의 전체 크기, 뼈의 조합, 씹는 힘과 같은 요소에 주목해 두개골의 강도를 수치화하는 새로운 방법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백악기 전기 육식공룡 티란노티탄에서 두개골 강화에 따른 앞다리 약화를 확인했다. 아울러 케라토사우루스과, 메갈로사우루스과, 아벨리사우루스과,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 등 대형 이족보행 육식공룡 4과에서도 비슷한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찰리 로저 셰러 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앞다리의 축소는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종을 횡단하며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 진화적 특징임이 밝혀졌다”며 “축소 과정은 과에 따라 차이가 있어, 발가락이 먼저 작아진 공룡도 있고, 앞다리가 먼저 짧아진 공룡도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먹이가 커지고 강해질수록 이를 사냥하는 육식공룡의 두개골은 크고 튼튼해졌고, 앞다리와 발톱에 할당할 자원은 줄었다”며 “날카로운 이빨이 돋은 육식공룡의 머리는 먹잇감과 처음 접촉하는 부분이 됐다. 발톱으로 싸우는 것보다 먹잇감을 물어 쓰러뜨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해당 공룡들의 앞다리가 아예 쓸모없는 기관은 아니었다고 봤다. 명백히 나름의 기능이 있겠지만, 정확히 어떤 용도로 썼는지는 향후 화석 분석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