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막 시작됐는데 기온은 벌써 한여름이나 다름없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올여름 더위도 상당히 괴로운 수준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여름 폭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면서 인간은 과연 몇 ℃까지 버틸 수 있는지도 관심사가 됐다.

흔히 인간의 한계는 35℃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35℃는 일반 기온이 아니라 온도와 습도를 함께 고려한 습구온도(wet-bulb temperature, wbt)다. 

인간은 땀의 증발을 통해 체온을 낮추는데,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체온 조절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같은 고온이라도 건조한 사막과 습한 열대의 위험성은 전혀 다르다.

사람은 습구온도 35℃가 한계라고 여겨진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과학계에서는 습구온도 35℃가 인간이 장시간 견딜 수 있는 절대 한계로 여겨졌다. 이 이론에 따르면 체온보다 낮은 환경에서도 습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못해 몸이 열을 방출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체온이 계속 상승해 열사병과 장기 손상,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최근 연구들은 실제 한계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실험 보고서 ‘젊고 건강한 피실험자에 대한 35℃ 습구온도 적응 임계값 평가(Evaluating the 35°C Wet-Bulb Temperature Adaptability Threshold for Young, Healthy Subjects)’가 대표적이다. 

피실험자들은 이론적 한계인 습구온도 35℃에 도달하기 훨씬 전부터 체온 조절 능력을 잃기 시작했다. 실험은 인간이 학자들 생각보다 더위에 약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연구팀은 실제 위험 구간이 평균 습구온도 약 30~31℃ 수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막은 기온이 높지만 습도가 낮아 그늘에 들어가면 견딜 수 있다. <사진=pixabay>

2023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도 같은 맥락에서 시선을 모았다. 이들이 내놓은 조사 보고서 ‘극한 고온 환경에서 인간 생존성 및 생활 가능성에 대한 생리학적 평가(A Physiological Approach for Assessing Human Survivability and Liveability to Heat in a Changing Climate)’는 온도뿐 아니라 나이, 햇빛 노출 정도, 신체 활동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연구팀은 기존의 35℃ 기준이 실제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노년층은 젊은 성인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중국 연구팀이 낸 실험 보고서 ‘극한 고온에 장기간 노출될 때 인간의 열 내성 한계(Human Heat Tolerance Limits Under Prolonged Exposure to Extreme Heat)’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인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산업화가 불러온 지구온난화 때문에 여름 찜통더위는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사진=pixabay>

피실험자들은 극한의 더위에 최대 8시간 노출됐다. 연구팀은 습구온도 32~33℃에서는 비교적 체온 유지가 가능했지만, 34~35℃에서는 중심체온이 빠르게 상승하며 위험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습구온도 35℃ 환경에서는 수 시간 이내에 인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열 스트레스가 발생했다.

선행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습도가 매우 높은 경우 기온 35℃가 넘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사막에서 45~50℃ 이상 기온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습도가 낮아서다. 같은 35℃라도 습도 90% 환경은 습도 20% 환경보다 훨씬 위험하다.

기후변화는 이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위험한 습구온도 발생 빈도가 수십 년 전보다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줬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인간 생존 한계에 가까운 조건이 관측됐다.

사람은 안전 장비 없이 영하 20℃ 안팎에서 수십 분 뒤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사진=pixabay>

인류는 에어컨 같은 냉방 기술, 도시 설계 개선 등을 통해 폭염에 대응하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극한 더위가 인간을 괴롭힐 것으로 봤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온도는 분명 한계가 있는데, 기후변화는 그 수치를 점점 끌어내릴 수 있다고 학자들은 우려했다. 

참고로,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최저 온도도 정해져 있다. 고온보다 저온은 개인차가 훨씬 크지만, 일반적으로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 시작된다. 적절한 방한복과 보호 장비가 있다면 영하 40℃ 이하에서도 생존은 가능하다. 보호 장비가 거의 없는 상태라면 영하 20℃ 안팎에서 수십 분 만에 위험해질 수 있다.

현재까지 기록된 가장 낮은 생존 체온은 13.7℃다. 노르웨이 영상의학자 안나 보겐홀름(56)은 1999년 스키를 타다 사고로 고립됐고, 체온이 약 13.7℃까지 내려갔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구조된 안나 보겐홀름은 집중 치료 끝에 겨우 회복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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