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보동물 곰벌레가 고온에 견디는 비결이 일부 밝혀졌다. 곰벌레는 극한의 추위나 고온, 진공 상태, 방사선에도 견디는 지구 최강의 생명력으로 널리 알려졌다.
인도과학대학교(IIS) 하리쿠마 슈마 박사 연구팀은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 5월 호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몸길이 1㎜가 되지 않는 곰벌레는 지구상에 1000종 넘게 존재한다. 영하 273℃의 극한 추위부터 진공 상태, 강력한 방사선, 수심 1만m의 심해에 필적하는 고압까지, 다른 동물이라면 즉사할 환경을 견딘다.
놀라운 생명력의 비결은 턴(tun)이다. 곰벌레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턴이라는 일종의 가사 상태에 들어가는데, 대사가 엄청나게 느려져 오래 먹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턴 상태에 들어간 곰벌레를 집중 분석한 연구팀은 체내 열전도율이 크게 낮아져 몸이 단열재처럼 열을 차단, 세포 손상을 막는 것을 알아냈다.
하리쿠마 박사는 “주변이 건조해지면 곰벌레는 체내 수분을 평소의 약 85%에서 3% 이하로 줄여 대사를 거의 완전히 멈춘다”며 “물을 주면 부활해 다시 활동하며,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에 대한 내성은 종에 따라 크게 다른데, 100°C를 넘는 고온에 견디는 종도 있다”며 “턴에 들어간 곰벌레의 내열성은 지금까지 여러 측면에서 조사됐으나 단순히 몇 도까지 살아남는지 아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인도 벵갈루루에서 채취한 참곰벌레과 마크로비오투스속 및 파라마크로비오투스속, 가시곰벌레(에키니스쿠스)과, 땅콩곰벌레(밀네시움)과 개체를 비교 실험했다. 턴 및 일반 상태에서 각 곰벌레가 어느 정도까지 열에 견딜 수 있는지 살펴봤다.
구체적으로 활동 및 턴 상태의 곰벌레를 각 소형 용기에 넣고, 45°C에서 85°C의 온도에 1시간 노출했다. 활동 중인 곰벌레는 가장 낮은 실험 온도인 45°C에서 1시간 후 전멸했다. 턴 상태의 곰벌레는 45°C와 60°C에서 약 90%가 생존했고, 70°C에서도 약 50%가 살아남았다. 85℃에서는 약 10%가 버텼다.
종별로 보면 참곰벌레과 및 가시곰벌레과는 100°C에서 전멸했지만 밀네시움과 일부 종은 100°C에서도 90% 이상 생존했다.
연구팀은 독자 개발한 진공 장치를 사용해 곰벌레의 열전도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턴 상태의 곰벌레는 활동 중인 개체에 비해 열전도율이 크게 낮았다. 몸이 수분을 잃고 건조해지면서 열이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해 외부의 고온이 내부 세포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했다.
하리쿠마 박사는 “턴 상태의 곰벌레가 열전도율을 조절함으로써 열로부터 몸을 보호한 것”이라며 “턴 중에 체내에서 증가하는 이당류 트레할로스가 세포를 보호하는 메커니즘은 알려졌지만, 그것만으로는 고온에 대한 내성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사는 “우리 연구는 트레할로스라는 천연 열차단막에 열전도율 저하라는 물리적 변화가 더해져 곰벌레가 살아남는 메커니즘을 밝혔다”며 “다음 연구에서는 곰벌레의 생명력을 분자 수준에서 해명하고 싶다”고 전했다.
학계는 이번 성과가 단열재나 내열 코팅 설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우주 탐사선, 사막 지역의 설비 등 혹독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기술의 응용을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