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걷는 패턴에 기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무 제약이 없는 장소라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걷는다는 주장에 학계의 관심이 모였다.
일본 도쿄대학교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17일 공개했다. 스페인 나바라대학교 등과 공동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이달 10일 자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사람이 각자 얼마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사람은 보행할 때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걷는다는 기묘한 편향이 파악됐다.
당시 연구팀은 광장에 피실험자들을 모으고 서로 부딪히지 않고 걸을 수 있는 한계 인원을 측정했다. 기록한 영상을 검토하던 연구팀은 흩어진 사람들이 광장의 중심을 둘러싸듯 천천히 왼쪽(반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는 데 주목했다.
도쿄대 이시나리 카츠히로 교수는 “우연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번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실험에서 33회 중 32회에 걸쳐 사람들의 이동이 왼쪽으로 편향됐을 정도”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왼쪽으로 걷는 것이 인류의 공통된 습관인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실험에 나섰다. 그 결과, 원형으로 둘러싼 장소뿐만 아니라 50m를 넘는 넓은 운동장에서도 사람들은 왼쪽으로 돌며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은 사회적 규칙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무관했다. 신체 특징도 조사했으나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200명 넘는 실험 참가자를 모아 한 명씩 광장을 걷게 하고 손짓과 발짓, 시선을 성별에 따라 세밀하게 기록했는데 모두 왼쪽 회전 편향을 보였다. 심지어 양쪽 눈을 검은 천으로 가린 채 걸어도 왼쪽으로 도는 버릇이 확인됐다.
한 사람씩 걸음걸이를 세부 조사한 결과, 항상 왼쪽으로 걷는 사람도 있고 항상 오른쪽으로 걷는 사람도 있으며, 방향을 바꾸면서 걷는 사람도 있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왼쪽으로 걷는 사람의 수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시나리 교수는 “왼쪽으로 도는 습관은 집단에서 비롯된 심리현상은 아니다”며 “개인의 몸에 처음부터 갖춰진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5세 정도의 아이도 왼쪽으로 도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극단적으로 편향됐다”며 “누군가에게 배워서 익힌 것이 아니라, 타고난 습성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치우쳐 걷는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사실 우리가 곧게 걷고 있다고 해도, 사람의 몸은 완전히 좌우대칭이 아니다. 좌우의 발과 근육 사용법, 눈과 귀로 받은 정보를 뇌가 처리하는 방식에 미세한 좌우 편차가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몸과 뇌의 미세한 비대칭이 사람을 조금씩 왼쪽으로 이끌 가능성을 제기했다.
학계에서는 지구 자전이 만드는 코리올리 힘, 즉 전향력이 관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향력은 가상의 힘으로, 먼 거리를 움직이는 물체의 진로를 트는 작용을 한다고 여겨진다. 다만 연구팀은 이 힘이 걷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돌게 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