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분홍색으로 빛나는 희한한 천체의 대기에서 염분이 검출됐다. 학계의 시선을 끈 천체는 핑크 플래닛(Pink Planet)이라는 별칭을 가진 글리제(GJ) 504b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천문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애스트로노미컬 저널 18일 자에 이런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운용하는 심우주 관측 장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수집한 글리제 504b의 정보를 분석했다. 지구에서 약 57광년 떨어진 글리제 504b는 태양과 매우 닮은 항성 글리제 504를 공전한다.
글리제 504b의 대기 분석은 일본 국립천문대(NAOJ)가 스바루망원경을 통해 최초 관측한 2013년 이후 꾸준하게 시도됐다. 다만 빛이 너무 약해 지상 망원경으로는 대기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학자들은 깨달았다.
노스웨스턴대 천체물리학자 아니쉬 바부라지 교수는 “2020년 7월 데뷔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글리제 504b 정보를 분석, 이 행성이 처음 발견될 당시부터 추측된 소금 구름의 존재를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천체가 핑크 플래닛이라 불리는 이유는 지금도 분홍색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탄생 당시 뜨거운 열을 띤 글리제 504b는 지금도 형성 당시의 잔열을 뿜어낸다”며 “대기 중의 구름이 적고 빛이 깊은 층까지 통과하기 때문에 탁한 마젠타색을 띤다”고 덧붙였다.
질량이 목성의 수 배에 달하는 글리제 504b의 표면 온도는 약 290℃로, 지금까지 알려진 비슷한 외계 천체가 1000℃ 전후인 것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 또한 이 천체의 빛은 너무 약해 지상의 대형 망원경으로 스펙트럼을 포착할 수 없었다.
아니쉬 교수는 “스펙트럼이란 빛을 파장별로 분해한 그래프로, 어떤 색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읽어 대기의 성분을 알 수 있다”며 “현재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지구 대기의 영향 없이 글리제 504b의 빛을 직접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어렵게 포착한 글리제 504b의 미약한 빛 스펙트럼을 파악하기 위해 주성의 강렬한 빛을 고도의 데이터 처리 기술로 제거했다. 대기 성분을 해독하기 위한 스펙트럼을 단 2시간 만에 얻은 연구팀은 대기에 소금 구름이 존재함을 알아냈다.
이 천체의 대기에는 수증기, 메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등 풍부한 화학물질이 포함됐다. 소금과 암모니아, 규산염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소금 구름을 사용한 모델이 실제 관측 데이터와 딱 맞아떨어졌다.
아니쉬 교수는 “글리제 504b와 같은 저온의 천체 대기에 소금 구름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15년 이상 전부터 이론으로 제안됐다”며 “직접 관측으로 뒷받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글리제 504b의 질량은 관측할 때마다 추정치가 변했다. 목성의 1배에서 17배까지 범위가 크기 때문에 행성인지 갈색왜성인지 여전히 단정할 수 없다. 애초에 이 천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홍색 천체인 글리제 504b의 대기 성분과 염분 구름의 존재를 알아낸 것만 해도 훌륭한 진전이라고 학계는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