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허블우주망원경이 초기 우주 은하가 방출한 빛을 포착했다. 초기 우주는 짙은 안개 같은 수소 가스로 가득해 빛이 차단된 관계로 오래전 은하는 관찰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약 124억 년을 날아온 초기 우주 은하 MXDFz4.4의 빛을 허블우주망원경이 잡아냈다고 전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보다 훨씬 작은 초기 은하 MXDFz4.4는 엄청난 속도로 별을 만들어내며 주변 가스를 걷어내고 강력한 자외선을 우주 공간에 방출했다고 NASA는 설명했다.
값진 성과는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가 실시한 허블우주망원경 관측 데이터 심층 분석 과정에서 얻었다. STScI 일리아스 구바르츠 박사는 “약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한 초기 우주는 지금처럼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투명한 공간이 아니었다”며 “별과 은하 사이를 채운 중성수소 가스는 짙은 안개처럼 천체가 방출하는 빛을 흡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수억 년이 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우주 최초의 별과 은하에서 방출된 강력한 에너지가 중성수소를 이온화하면서 빛이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며 “천문학계는 이러한 우주 규모의 변화를 재전리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초기 우주를 뒤덮은 수소 가스 안개를 정확히 어떤 천체가 걷어냈는지 특정하기 어려웠다. 초기 은하가 유력한 후보로 지목돼 왔지만, 수소를 이온화할 만큼 강력한 자외선이 은하 밖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을 직접 관측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이 과거 촬영한 관측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던 연구팀은 뜻밖의 빛을 발견했다. 초기 우주의 수소 가스를 통과해 지구까지 도달한 자외선의 흔적이었다. 일리아스 박사는 “이와 같은 은하를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왔기에 행운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며 “허블우주망원경은 약 40시간에 걸친 장노출 관측을 통해 극도로 희미한 은하의 빛을 검출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및 유럽남천천문대(ESO)의 초대형망원경(VLT) 관측 자료를 교차 분석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으로 은하의 질량과 오래된 별을 분석하고 별이 만들어진 역사를 추정했다. VLT 관측에서는 적색편이를 이용해 은하가 존재했던 시기를 확인했다.
그 결과, 빛의 출처는 빅뱅 약 14억 년 뒤인 약 124억 년 전 존재한 은하 MXDFz4.4였다. 연구팀은 MXDFz4.4가 방출한 것은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낼 만큼 이온화한 강력한 자외선임을 알아냈다. MXDFz4.4에서 출발한 자외선은 약 124억 년 동안 이동하는 사이 우주팽창에 의해 파장이 늘어났고, 허블우주망원경에 도달했을 때는 가시광선 영역의 빛으로 관측됐다.
일리아스 박사는 “초기 우주의 은하는 지금까지 수없이 발견됐다”면서도 “이런 은하에서 방출된 이온화 자외선이 수소 가스를 뚫고 빠져나온 흔적을 직접 검출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사는 “MXDFz4.4는 우리은하의 약 100분의 1 정도로 작지만, 내부에서는 우리은하보다 약 10배 빠른 속도로 새로운 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며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젊고 무거운 별이 탄생하면서 강력한 자외선이 방출됐고, 활발한 별 생산 활동이 은하 내부와 주변의 가스를 걷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빛이 빠져나갈 수 있었던 또 다른 원인이 초신성이라고 추측했다. 질량이 큰 별은 수백만 년 정도 짧은 생을 마친 뒤 폭발, 초신성이 된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는 은하 주변의 짙은 가스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 수 있다.
학계는 이번 성과가 초기 우주의 작은 은하들이 재전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더 많은 초기 은하를 관측해 이온화 자외선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MXDFz4.4만의 사례인지, 초기 우주의 작은 은하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났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