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에 장마까지 겹치면 바퀴벌레와 마주할 일도 많아진다. 기온과 습도가 올라가면 바퀴벌레의 활동과 번식이 활발해지고, 먹이와 은신처를 찾아 주택 내부로 들어오는 개체도 늘어서다. 바퀴벌레 한 마리 때문에 소리를 지르고 살충제를 뿌리고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지는 소동이 벌어진다.

우리가 집에서 마주치는 낯선 생물 중에는 바퀴벌레를 잡아먹거나 번식을 방해하는 천적이 있다. 징그러운 생김새 때문에 발견 즉시 잡아 죽이기 쉽지만, 알고 보면 사람이 싫어하는 해충을 사냥하는 포식자다.

대표적인 생물이 흔히 돈벌레라 부르는 그리마다. 우리나라에는 집그리마를 비롯해 여러 종의 그리마가 서식한다. 그리마는 곤충이 아니라 지네와 가까운 순각류 절지동물이다. 몸 양쪽으로 길게 뻗은 15쌍의 다리와 빠른 움직임 때문에 혐오감을 주지만 사람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고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생김새가 독특해 징그럽다는 의견이 많은 그리마. 바퀴벌레를 사냥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그리마는 야행성 포식자다. 낮에는 벽 틈이나 가구 아래, 습기가 많은 장소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움직인다. 긴 더듬이로 주변을 탐색하고 먹잇감을 발견하면 빠르게 접근한 뒤 독을 주입하는 턱다리로 제압한다.

그리마는 좀벌레, 빈대, 진드기, 나방, 파리, 모기, 바퀴벌레 등 해충류를 사냥한다. 다만 그리마가 바퀴벌레 알까지 먹는다는 주장은 맹신하기 이르다. 바퀴벌레는 여러 개의 알을 난협이라는 단단한 주머니에 보관한다. 그리마가 바퀴벌레의 난협을 전문적으로 찾아내 먹는 대표적인 천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바퀴벌레 알을 전문적으로 노리는 천적은 따로 있다. 벌레살이호리벌 같은 호리벌과가 대표적이다. 벌레살이호리벌 암컷은 바퀴벌레 난협을 찾아 표면을 더듬이로 조사한 뒤 단단한 껍질을 산란관으로 뚫고 알 하나를 낳는다. 깨어난 유충은 난협 속 바퀴벌레 알을 먹으며 성장한다. 유충 한 마리가 난협 내부의 알을 소비하고 성장을 마치면 껍질에 구멍을 내고 성충으로 빠져나온다. 이 기생벌은 특히 이질바퀴로도 불리는 미국바퀴의 난협을 좋아한다.

벌레살이호리벌 같은 호리벌과 일부는 바퀴벌레의 난협에 알을 까 유충을 키운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바퀴벌레의 천적은 그리마, 호리벌 말고도 많다. 흔히 볼 수 있는 거미류도 바퀴벌레의 포식자가 될 수 있다.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는 정주성 거미는 물론, 직접 돌아다니는 배회성 거미 일부는 작은 바퀴벌레를 사냥한다.

한국에도 몇 종이 서식하는 는쟁이벌은 바퀴벌레 전문 사냥꾼이다. 는쟁이벌은 바퀴벌레의 급소에 신경독을 주입해 꼼짝 못 하게 만든 뒤 은신처로 끌고 가 영양분을 빨아먹는다. 알에서 깬 유충들도 바퀴벌레의 체액을 빨면서 성장한다. 바퀴벌레 입장에서는 가장 두려운 포식자 중 하나다.

다만 그리마나 호리벌과, 거미, 는쟁이벌이 집에 있더라도 바퀴벌레가 급속도로 퍼지는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전문가들은 바퀴벌레를 줄이기 위해 음식물과 물을 차단하고 벽과 배관 주변의 틈을 막는 환경 관리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장마철에는 높은 습도를 낮추고 싱크대와 욕실 배수구, 베란다 주변 등 바퀴벌레가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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