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털이 뒤엉킨 숲 사이로 보랏빛 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색 구체들은 물방울 안을 유영하고, 해바라기 꽃가루는 침 끝에 매달린 가시 돋친 행성처럼 보인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생명체도 현미경 아래에서는 낯선 외계의 풍경으로 변한다.
일본 광학업체 니콘은 오는 25일부터 일본 도쿄사진미술관에서 현미경 사진 특별전 ‘마이크로 세계-생명의 미래를 비추다(ミクロの世界-生命の未来を照らす)’를 개최한다. 니콘의 현미경 사업 101주년을 기념한 행사로, 국제 현미경 사진전 ‘니콘 스몰 월드(Nikon Small World)’와 ‘니콘 조이코 어워드(NIKON JOICO AWARD)’ 수상작을 중심으로 미시세계의 과학성과 예술성을 소개한다.
형형색색의 작품들은 우리가 여태 접하지 못한 세계를 담아냈다. 미국 베일러의과대학교 광학 장비 책임자 제이슨 커크가 촬영한 라이브오크 잎의 돌기와 기공이 대표적이다. 솜털처럼 보이는 흰 구조물은 잎을 미생물과 곤충으로부터 보호하는 털 모양 돌기다. 보라색 구멍은 기체가 순환하는 식물 기공이며, 청록색으로 이어진 선은 물을 운반하는 관다발이다.
이 작품은 현미경으로 한 번 찍어 얻은 사진이 아니다. 제이슨 커크는 투과광과 반사광을 결합한 자체 제작 현미경으로 잎의 서로 다른 부분과 인접면을 약 200장 촬영한 뒤 합쳤다. 얕은 초점 때문에 일부만 선명하게 보이는 현미경 사진의 한계를 여러 장의 이미지로 메웠다. 이처럼 서로 다른 초점의 사진을 겹치는 이미지 스태킹 기법은 현대 현미경 광학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 광학 기술자 존 올리버 둠이 촬영한 해바라기 꽃가루는 40배 대물렌즈와 이미지 스태킹 기술이 창조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침술용 바늘에 붙은 해바라기 꽃가루의 울퉁불퉁한 표면과 가시 구조가 극적으로 드러났다.
군체성 녹조류 좁쌀공말(볼복스)이 가득한 물방울은 작은 우주 같다. 각각의 초록색 구체는 여러 세포가 모여 만들었다. 좁쌀공말은 세포에 달린 편모를 움직여 빛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독일 얀 로젠붐 박사(무기화학)는 5배 대물렌즈와 반사광을 이용해 이 환상적인 장면을 포착했다.
생명의 시간도 현미경 사진 안에 압축됐다. 독일 나투어 운트 티어 출판사(NTV) 소속 다니엘 놉이 촬영한 흰동가리 배아 사진은 수정 직후부터 부화 직전인 9일째까지 변화를 화면 하나에 담았다. 배아가 살아 움직이는 상태에서 초점을 조금씩 바꿔 촬영해야 했기에, 흔들리지 않는 사진 여러 장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2019년 1위에 올랐던 테레사 즈고다의 거북 배아 사진도 전시된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에서 생의학 사진을 전공한 테레사 즈고다는 형광 현미경과 실체 현미경을 함께 사용해 거북 배아를 촬영했다. 형광 현미경은 생명체 내부의 특정 구조를 골라 빛나게 한다. 배아가 두껍고 커 한 번에 초점을 맞출 수 없었던 탓에 수백 장의 사진을 쌓고 이어 붙여 전체 형태를 복원했다.
스텔라 휘테커의 2025년 7위 작품은 유도만능줄기세포의 감각뉴런을 공초점 형광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세포 골격을 이루는 튜불린과 액틴에 서로 다른 형광 표지를 붙이자, 뉴런 안에서 물질 이동과 형태 유지를 담당하는 미세 구조가 색색의 도로망처럼 펼쳐져 판타지 영화 속 크리처와 비슷한 형태가 나타났다.
니콘의 현미경 사업은 1925년 최대 765배까지 확대 가능한 조이코(JOICO) 현미경에서 시작됐다. 100여 년 전에는 작게 가공한 렌즈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 도전이었지만, 오늘날 현미경은 여러 초점면을 합치고 특정 단백질만 빛내며 세포 내부를 입체적으로 복원할 만큼 발달했다. 조이코 현미경과 1976년 도입된 색수차 보정 기술 CF 시스템은 최근 일본현미경학회의 정식 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번 전시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작은 것을 크게 찍은 사진들이 아니다. 현미경은 잎의 숨구멍과 신경세포의 골격, 태어나기 전 생명체의 변화를 인간의 시야 안으로 끌어들인다. 사진 한 장이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우면서 귀중한 연구 자료가 되기에, 이번 전시는 바다 건너 우리나라 같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