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앉을 때만 신는 전용 통굽 샌들이 등장했다. 무릎을 엉덩이보다 높게 올려 배변을 쉽게 돕는다는 아이디어인데, 얼핏 황당해 보이지만 실제 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발을 조금 높이는 것만으로 왜 배변이 원활해질까.
미국 렛 루즈(Let Loose)는 최근 화장실 전용 통굽 샌들 시트 슈즈(SH*T SHOES)를 한정 출시했다. 높이 약 18㎝의 밑창 때문에 양변기에 앉은 상태에서도 쪼그려 앉은 자세를 자연스럽게 취할 수 있다. 가격은 69달러(약 10만3000원)이며, 현재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회사는 무릎이 엉덩이보다 높아지면 직장 주변 근육이 이완되고 배변 시 힘을 덜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광고 문구가 아니라 해부학적으로도 오래전부터 연구된 내용이다.
사람이 양변기에 앉으면 허벅지와 몸통이 거의 직각을 이루면서 직장과 항문 사이의 직장항문각이 다소 꺾인다. 무릎을 높이고 상체를 앞으로 약간 숙인 자세에서는 직장항문각을 유지하는 치골직장근이 이완하면서 변이 지나가는 통로가 보다 곧게 펴질 수 있다.
이를 다룬 연구도 있다. 2003년 발표된 ‘세 가지 배변 자세에서 힘주기 비교: 연구 결과와 인체 건강에 대한 시사점(Comparison of straining during defecation in three positions: results and implications for human health)’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일반적인 앉은 자세와 발을 높인 자세, 쪼그려 앉은 자세의 배변 수준을 비교했는데,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배변 시간이 제일 짧았고 들어가는 힘의 총량도 가장 적었다.
후속 연구도 비슷한 방향의 결과를 내놨다. 일본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발받침이 배변에 미치는 영향(Influence of foot stool on defecation: A prospective study)’은 변비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보고서다. 연구팀에 따르면, 발받침을 사용하면서 상체를 앞으로 숙인 자세를 취한 피실험자는 배변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발받침 자체보다 무릎을 높이고 상체를 약간 앞으로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모든 연구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2023년 발표된 실험 보고서 ‘앉기와 쪼그려 앉기: 화장실 배변 자세와 건강 영향에 관한 범위 문헌고찰(Sitting vs. squatting: a scoping review of toilet postures and associated health outcomes)’은 발받침이 배변 활동에 주는 영향을 무작위 임상시험한 결과다. 변비 환자를 대상으로 발받침을 사용하게 하자, 배변 시간이나 배출 기능에서 뚜렷한 개선은 확인되지 않았다. 발을 들어 올리는 자세가 모든 사람에게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발을 높인 자세가 일부 사람의 배변을 더 편하게 만들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변비 치료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변비는 식이섬유 및 수분의 섭취 부족, 운동 부족, 복용하는 약물, 장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증상이라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효과와 별개로, 통굽 샌들의 가격을 둘러싸고 벌써 말들이 많다. 일반적인 발받침대는 아무리 비싸도 2만 원 대인데, 통굽 샌들은 그 5배를 호가하기 때문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