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향하는 긴 여정에서 우주비행사의 팔이 부러지거나 폐에 이상이 생기면 의학적 진단이 가능할까. 지금까지 우주에서는 초음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인류가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서 사람 몸을 X레이로 촬영하면서 장거리 우주탐사의 의료 체계가 한 단계 도약했다.
주목할 성과를 낸 곳은 미국 메이요클리닉이다. 셰이나 기퍼드 박사 연구팀은 이달 14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비행 임무 프램(Fram) 2 승무원들이 궤도 비행 중 휴대용 디지털 X레이 장비로 인체를 촬영했다”로 전했다.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첫 우주비행에 성공한 지 65년이나 흘렀지만,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상 진단 장비는 사실상 초음파뿐이었다. 초음파는 휴대가 쉽고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촬영과 판독에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골절이나 흉부 손상을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병원에서 흔히 접하는 X선 장비는 여태 우주에서 활용되지 못했다. 환자가 X선 발생기와 검출기 사이에 정확히 위치해야 하는데,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사람과 장비가 끊임없이 떠다니기 때문이다. X선 장비는 골절 등 진단에 효과적이지만 오랫동안 우주 적용이 어렵다고 여겨졌다.
연구팀은 크기를 줄인 무선 디지털 X레이 시스템을 우주선에 탑재하고 프램 2 승무원들을 약 4시간 교육했다. 이후 손과 팔, 가슴, 복부, 골반 등을 찍게 했는데, 모든 영상이 진단 가능한 수준이라는 전문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손과 팔은 지상 촬영과 가까운 선명도를 보였다. 가슴과 복부, 골반은 다소 화질이 떨어졌지만, 진단에 충분한 품질을 유지했다.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로 작동하는 초소형 무선 X레이 발생기와 평판 디지털 검출기로 구성되는 이 장비는 노출 시간을 줄여 촬영이 금방 끝난다. 미세중력으로 인한 흔들림 문제를 해결했고 전원선이나 필름 현상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촬영한 영상은 선내 컴퓨터로 전송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검출기에는 한 차례 촬영으로 뼈와 연부조직, 일반 방사선 영상을 각각 얻는 스펙트럼 이중에너지 차감 기술이 적용됐다. 향후 우주인의 골밀도 변화를 비행 중 정량적으로 추적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인체는 물론 전자기기 내부의 1㎜ 미만 부품까지 확인할 수 있어 우주복이나 각종 장비의 손상을 분해 없이 점검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촬영에 따른 방사선 피폭량 역시 일반 임상 X선 검사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
학계는 이 장비의 적용 범위를 넓게 봤다. 연구팀은 스마트 워치 내부도 X레이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으며, 앞으로 우주선 구조물이나 우주복, 각종 전자장비의 내부 균열을 확인하는 비파괴 검사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장비 하나로 비행사의 건강과 우주선의 안전을 동시에 관리한다는 이야기다.
과제도 있다. 현재 장비는 우주 임무 기준으로는 여전히 크고 무겁다. 지구 귀환 과정에서 일부 손상을 입기도 했다. 연구팀은 달과 화성 탐사에 투입하려면 더 작고 견고한 장비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특히 화성 탐사에서는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달은 지구와 통신 지연이 최대 수 초 수준이지만, 화성은 위치에 따라 수십 분까지 걸릴 수 있다. 골절이나 폐 질환이 발생했을 때 지구 전문의의 실시간 판독을 기다리기 어려운 만큼, 우주선 내부에서 AI가 X레이 영상을 분석, 빠른 판단을 내리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기퍼드 박사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우주 X레이 촬영이 현실이 됐다”며 “인류가 화성 탐사에 도전하는 시점에서, 이번 연구는 우주 의료 시스템 구축을 앞당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