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 몸길이 10m가 넘는 백악기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는 새끼 때 고양이 정도의 몸집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석을 정밀 분석한 이번 조사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가 한 번에 알 20~30개를 낳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 바스대학교 니콜라스 롱리치 교수 연구팀은 여러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생후 1년 미만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들을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17일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Biology) 이달 7일 자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이 분석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은 캐나다 서스캐처원과 미국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에서 각각 발굴된 다리뼈, 아래턱뼈, 이빨 등이다. 이 화석들은 크기가 너무 작고 조각이 나 오랫동안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다만 뼈의 형태와 이빨 구조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분명했고, 소형 육식공룡 나노티란누스와 뚜렷하게 구분됐다. 다리뼈 표면에는 성장 중인 어린 공룡의 뼈에 영양분을 공급하던 혈관이 지난 미세한 구멍들이 남아 있었다.
싱크로트론 X선 장비로 뼈 내부를 촬영한 연구팀은 안쪽에서는 알에서 만들어진 밀도가 낮은 조직을, 바깥쪽에서는 부화 후 형성된 좀 더 단단한 조직을 파악했다. 이는 공룡이 알에서 나온 뒤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생존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해당 개체가 죽었을 당시 몸길이 약 75㎝, 몸무게 약 2.5㎏이라고 추정했다.
니콜라스 롱리치 교수는 "부화 직후에는 이보다 작아 몸무게는 약 1.7㎏으로 추산됐다"며 "성체 티라노사우루스 체중의 0.1%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며, 몸길이는 집고양이와 비슷하면서 몸무게는 좀 더 가벼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티라노사우루스 새끼는 부화할 때부터 몸길이가 약 1m일 것으로 여겨졌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2021년 낸 조사 보고서 '북미 서부 백악기 후기의 새끼 티라노사우루스 뼈와 이빨(Baby tyrannosaurid bones and teeth from the Late Cretaceous of western North America)'에서 새끼 티라노사우루스 크기를 최소 1m 이상으로 잡았다. 이번 연구는 최강의 육식공룡도 새끼는 예상보다 훨씬 작았음을 시사했다.
새끼의 작은 몸집은 알의 수를 새로 추정하는 단서가 됐다. 현생 조류와 악어는 갓 부화한 새끼의 체중이 알 전체 무게의 약 3분의 2다. 이를 티라노사우루스에 적용하면 알 하나의 무게는 약 2.5㎏이 된다. 연구팀은 어미의 체중과 한 번에 낳는 알 전체의 무게 사이의 관계를 적용, 작은 성체는 알 약 20개, 큰 성체는 알 약 30개를 낳았다고 봤다. 조건에 따라 많게는 100개에 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니콜라스 롱리치 교수는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티라노사우루스 집에는 고양이 만 한 새끼 수십 마리가 우글댔을 것"이라며 "다리를 구성하는 발등뼈 내부에서 체중을 싣고 움직일 때 생기는 뼈 재형성 흔적이 발견됐다. 관절도 제대로 발달해 부화 직후부터 스스로 걷거나 뛰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새끼의 이빨 끝은 마모돼 에나멜질 아래의 상아질이 드러났고, 뿌리가 녹아 빠진 흔적도 확인됐다"며 "새끼 티라노사우루스는 곤충이나 작은 먹잇감만 먹은 것이 아니라, 몸집에 비해 큰 척추동물을 뜯거나 뼈째 물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번식 전략이 거북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와 현대 조류의 중간에 있었음을 이번 연구가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 역시 많은 알 수를 들어, 티라노사우루스가 원시 파충류보다 육아에 더 신경을 썼지만 현대 조류처럼 새끼 몇 마리를 집중적으로 돌보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