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사람뿐 아니라 반려견도 지쳐간다. 가만히 있어도 땀에 솟는 여름철, 활동량 유지를 위해 개와 산책에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는 피부를 통한 땀 배출이 어려워 쉬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과학적으로 볼 때 한여름 반려견 산책은 득일까 독일까.

일단 사람도 외출하기 꺼려지는 더운 날, 개도 쉬어주는 것이 맞다. 개는 털이 있으니 더위에 강하다는 생각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생각이다. 오히려 사람처럼 땀을 충분히 흘리지 못하는 개는 체온을 낮추기 어려워 한여름 열사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영국 왕립수의과대학(RVC)은 반려견 응급진료 기록 16만7751건을 분석해 폭염과 열사병의 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2024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2022년 발생한 열사병 사례의 약 60%가 단 40일 동안 이어진 다섯 차례 폭염에 집중됐다. 열사병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더운 날씨 속 운동과 산책(51.46%)이었다. 무더운 환경(31.02%), 차량 방치(12.41%)가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날 사람은 물론 반려견도 야외 활동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퍼그와 같은 단두종은 특히 폭염일 때 산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pixabay>

개의 체온 조절 방식은 사람과 다르다. 사람은 피부에서 땀을 흘려 열을 식히지만, 개는 발바닥에서만 소량의 땀을 배출할 뿐 체열 대부분을 헐떡임으로 내보낸다.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여름에는 이 방법만으로 체온을 충분히 낮추기 어렵다. 체온이 계속 오르면 장기 손상과 쇼크로 이어질 수 있고, 치료가 늦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RVC는 경고했다.

반려견 주인이 간과하기 쉬운 노면 온도는 사실 산책 시간대만큼 중요하다. 햇볕을 오래 받은 아스팔트는 공기보다 훨씬 뜨거워져 한여름 50~60℃ 이상까지 달궈진다. 사람은 신발을 신지만 반려견은 맨발로 걷기 때문에 발바닥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수의사들이 권하는 간단한 방법은 개와 집을 나서기 전 아스팔트에 손등을 7초 정도 대보는 것이다. 손등을 오래 대기 어려울 정도라면 산책은 무리다. 

견종도 고려할 사항이다. 시츄나 퍼그, 프렌치불도그, 잉글리시불도그처럼 코가 짧은 단두종은 호흡으로 열을 식히는 능력이 떨어진다. 털이 두꺼운 품종과 노령견, 비만견, 심장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개도 열사병 위험이 높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반려견을 무조건 산책시키기보다는 잠시 쉬어가는 것이 좋다. <사진=pixabay>

여름철 산책은 해가 뜨기 전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 기온이 내려간 시간대가 가장 안전하다. 산책 중에는 충분한 물을 준비하고, 무리해서 뛰게 하기보다 짧게 여러 번 걷는 것이 좋다. 헐떡임이 심해지거나 침을 과도하게 흘리고, 혀와 잇몸이 짙은 붉은색으로 변하거나 비틀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그늘로 옮겨 몸을 식히고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반려견에게 산책은 즐거운 시간이고,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다만 사람도 축축 처지는 무더위에는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여름에는 '오늘은 얼마나 걸을까'보다 '지금 걸어도 괜찮을까' 먼저 생각하는 것이 사람과 반려견 모두를 위한 현명한 산책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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