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소행성 하나가 대략 1000일 뒤 인공위성보다 가까운 거리까지 지구에 접근한다. 한때 지구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근지구소행성 아포피스(Apophis)다.

아포피스는 오는 2029년 4월 13일 지구와 약 3만2000㎞ 떨어진 구간을 통과한다. 이달 18일이 초근접 D-1000이었다. 달까지 평균 거리의 10분의 1도 되지 않으며, 고도 약 3만5786㎞의 정지궤도 위성보다 지구에 더 가까이 들어온다. 

천문 지도 제작 사이트 이클립스 아틀라스 분석 결과, 2029년 4월 13일 지구에 근접한 아포피스는 약 7시간 동안 호주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동부 상공을 지나간다. 세계 인구의 약 90%에 해당하는 76억 명이 이를 맨눈으로 볼 전망이다. 가장 밝아지는 시각은 세계표준시 기준 이날 오후 8시35분,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때는 이날 오후 9시45분으로 예상됐다. 다만 실제 관측 여부는 구름과 광공해, 관측자의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진다.

아포피스의 상상도 <사진=유럽우주국(ESA) 공식 홈페이지>

아포피스는 천문학자 로이 앤서니 터커와 데이비드 톨렌, 파브리치오 베르나르디가 2004년 6월 19일 미국 애리조나 키트 피크 국립 천문대(KPNO)를 이용해 발견했다. 2004 MN4로 임시 등록됐다가 99942 아포피스라는 정식 명칭을 얻었다.

지구 궤도 안쪽을 주로 도는 아텐족 근지구소행성 아포피스는 태양을 약 324일에 한 번 공전하며 금성 궤도 바깥쪽과 지구 궤도 바깥쪽을 오간다. 땅콩처럼 길쭉한 형태로 추정되는데, 이클립스 아틀라스가 소개한 광도곡선 기반 형상 모델의 크기는 약 450×170m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평균 지름을 약 370m로 봤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은 2022년 낸 관측 보고서 ‘잠재적 위험 소행성 아포피스의 네오와이즈 관측(NEOWISE Observations of the 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 (99942) Apophis)’에서 유효 지름을 340±70m로 추산했다.

아포피스의 궤도를 주변 태양계 행성과 비교해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소행성의 표면은 규산염 광물질로 추측됐다.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은 2018년 3월 발표한 논문 ‘아포피스의 표면 구성(Surface composition of Apophis)’에서 아포피스가 LL형 보통 콘드라이트 운석과 매우 유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포피스는 고대 이집트 신화의 거대한 뱀 아펩의 그리스식 이름이다. 아펩은 어둠과 혼돈, 파괴를 상징하며 매일 밤 태양신 라의 배를 공격해 태양을 삼키려 한 존재다. 데이비드 톨렌은 과거 NASA에 “인터넷에서 파괴의 신 아펩을 발견했고 지구 충돌 위험성이 제기된 소행성에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지구 초근접 직전 아포피스에 착륙해 지각 샘플을 채취하는 오시리스-에이펙스 탐사선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2004년 말 계산에서 아포피스의 2029년 지구 충돌 확률은 한때 2.7%까지 올라갔다. 아포피스는 소행성 충돌 위험을 나타내는 토리노 척도에서 사상 처음이자 유일하게 4등급을 기록했다. 다만 이후 광학 및 레이더 관측 자료가 쌓이면서 궤도 오차가 크게 줄었고, NASA는 2021년 아포피스가 적어도 향후 100년 동안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다고 수정했다.

21일 NASA에 따르면, 아포피스는 현재 지구에서 사자자리 방향으로 약 2억6600만㎞ 떨어져 있다. 과학자들에게 이 천체의 지구 접근은 행성의 중력이 작은 천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가까이서 살필 절호의 기회다. 지구의 조석력이 아포피스의 자전과 궤도뿐 아니라 표면의 자갈과 먼지를 움직이거나 내부에 진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구에 다가오는 아포피스의 주변에서 관측 활동을 벌일 람세스 탐사선과 큐브 위성의 상상도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NASA는 소행성 베누의 시료를 가져온 오시리스-렉스(OSIRIS-REx) 탐사선을 2023년 오시리스-에이펙스(OSIRIS-APEX)로 개명해 아포피스로 보냈다. APEX는 ‘APophis EXplorer(아포피스 탐사선)’의 약자다. 오시리스-에이펙스는 지구 근접 통과 직후 아포피스에 도착해 약 18개월간 형상과 구성, 자전 상태를 조사한다.

유럽우주국(ESA)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람세스(Ramses) 미션을 준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람세스 탐사선은 오는 2028년 발사돼 2029년 2월경 아포피스에 근접한다. 이후 지구 중력이 소행성을 변화시키는 전후 과정을 비교 관측하게 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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